금융기관 대출경쟁 따른 통화팽창 저지

금융팀=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뿐 아니라 예금 지급준비율 인상, 총액한도대출 축소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금융기관들의 지나친 대출 경쟁으로 인한 통화량 팽창을 막기 위해 나섰다.

22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물가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전방위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통적인 방식인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고려하고 있다.

금리 인상은 상당기간 선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종전의 인식은 한은 내부에서 거의 사라졌다.

한은은 금리 외에 일부예금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 중소기업 총액한도대출을 축소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한은은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효과가 가장 크고 정통의 방식인 금리를 올리는 것이 가장 적합하지만 경기가 이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고 판단되면 부작용이 덜한 지준율 인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급준비율은 은행들이 한은에 예치하는 자금의 수신액대비 비율로, 이 비율이 올라가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감소하게 되면서 시중금리는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효과가 작다.

한은 관계자는 "내수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는 만큼 금리 외에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 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한은이 갖고 있는 수단은 금리를 제외한다면 지준율과 총액한도대출"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준율 인상은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비 금융권과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한다"면서 "특히 총액한도대출 축소는 그 효과가 미미하고 유동성 조절수단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임금인상으로 이어지면 물가와 임금인상이 반복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면서 "따라서 중앙은행의 강한 물가안정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런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2006년 11월 23일 정례회의에서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에금의 지준율을 5.0%에서 7.0%로 올리는 한편, 장기저축성예금의 지준율을 1.0%에서 0.0%로 내린 바 있다.

금통위가 또다시 지준율을 올린다면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의 지준율을 10% 정도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저축성예금의 경우, 지준율을 상향조정하면 서민들의 저축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선택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 뿐 아니라 금융 감독당국도 은행들의 대출경쟁으로 인해 통화량이 팽창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원자재 값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중소기업과 음식료업종에 대한 대출 부실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키로 했다.

아울러 은행들이 위험관리 능력이나 차주의 상환능력에 맞게 대출을 하는지도 지속적으로 감시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 증가가 시중유동성 증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은행들에 대출 심사를 철저히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