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으로 촉발된 물가 급등이 국내 경제에 큰 근심거리인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마저 빠르게 증가해 통화ㆍ금융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경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기준 금리 인상과 예금 지급준비율 상향,총액한도대출 축소 등 여러 가지 수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는 대출건전성 감독 강화라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통화 팽창을 억제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시중 유동성 증가율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다양한 방안을 전방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는 7년 만에 최고치인 4.9%를 기록했다.

원재료 물가도 작년 같은 달에 비해 79.8%나 폭등해 당분간 소비자물가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4월 시중유동성 증가율이 8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14.9%를 나타내는 등 통화량마저 급증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 내부에서는 경기에 대한 부담 때문에 상당 시간 선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던 기준 금리 인상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예금에 대한 지급준비율 상향 조정이나 중소기업 총액한도대출 축소 등도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면 금리를 올리는 것이 가장 적합하지만 경기가 이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고 판단되면 금융통화위원회가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덜한 지준율을 인상해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예금 인출 등에 대비하기 위해 받은 예금액의 일부를 한은에 예치하는데,이 비율(지급준비율)을 올리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감소해 시중 유동성은 축소되고 시중금리도 오른다.

하지만 지급준비금 적립 부담이 없는 다른 금융권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통위는 2006년 11월 정례회의에서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의 지준율을 5.0%에서 7.0%로 올리는 한편 장기저축성예금의 지준율은 1.0%에서 0.0%로 내린 바 있다.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연 3.25%의 낮은 금리로 시중은행에 자금을 배정해주는 총액한도대출을 축소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현재 대출 한도는 6조5000억원인데 이 중 5조원은 지방 중소기업에 지원토록 하고 있어서 실제 한은이 조정 가능한 금액은 1조5000억원에 불과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금통위와 한은이 어떤 카드를 빼들지는 향후 경기 전망에 달려 있다.

경기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면 금리 인상 카드를 빼들 가능성도 있지만,경기 하강의 폭이 예상보다 커진다면 지준율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주용석/정재형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