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에는 변함에 없다고 강조하면서 예정대로 올해 9월 정기국회에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안을 상정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 학술대회 기조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기국회 상정을 목표로 금융지주회사법 및 은행업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학계 등에서 금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쪽과 충분히 의견을 교환할 것이며 필요하면 공청회도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산분리 완화는 그 동안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면에 대한 많은 의견 개진이 있었다"며 "정부는 금융개혁 프로그램을 최대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나 반대측과도 소통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문제는 법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금융감독당국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는 "다음 주 외환카드 주가조작 관련 2심 판결이 어떻게 날지 모르고 외환은행 헐값 매각 재판은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당국이 분명한 신호를 주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대외채무 증가로 인해 한국이 순채무국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통계적으로 보면 순채무국 전환 추세에 있지만 내용상 그리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전 위원장은 "단기외채 중에는 조선업체의 브리지 파이낸싱과 지점간 거래 등 일시적인 채무가 많아 되갚는데 큰 문제가 없으며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는 순채무 통계에 빠져 있다"면서 "순채무국으로 돌아선다고 해도 실질적인 내용은 우려에 비해 심각하지 않다"고 밝혔다.

원자재값 급등 등 대외여건 악화로 인해 경제가 어려운 것을 사실이나 1997년 외환위기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전 위원장은 "베트남 등 일부 아시아 국가의 채무불이행 우려를 감안할 때 위기상황인 것은 맞지만 국내의 대외부채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감독원(민간 감독기구)에 감사권을 행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금융감독기관의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건 시장 참여자들의 요구"라고 전제한 뒤 금융감독기관의 개혁 차원에서 금감원에 대한 감사권 행사가 불기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감사권과 관련 금감원 노조에서 반발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로 여겨질 수 있다"면서 "감사권 행사가 금감원에 군림하려는 의도는 아니며 시장에 서비스하는 감독기관으로 함께 거듭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