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축구 대표팀 사령탑인 거스 히딩크 감독이 조국 네덜란드와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됐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19일(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 슈타디온에서 열린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스웨덴을 2-0으로 제압하고 2승1패로 조 2위를 확정,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러시아는 22일 스위스 바젤에서 C조 1위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와 준결승행 티켓을 놓고 다툰다.

히딩크 감독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미묘한 감정과 함께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8강에서 네덜란드와 맞붙는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게는 매우 특별한 날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도 네덜란드처럼 멋진 축구를 보여주겠다. 분명 대단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이 다른 나라 사령탑을 맡으면서 조국 네덜란드와 맞붙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2월 러시아를 이끌고 암스테르담에서 가진 네덜란드와 평가전에서 1-4로 대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후반에만 네 골을 허용한 끝에 완패를 당했다.

표트르 비스트로프가 후반 32분 한 골을 만회했지만 리안 바벌, 베슬러이 스네이더르, 요리스 마테이선, 라파얼 판데르 파르트에게 골 잔치를 허용했다.

히딩크 감독은 그러나 이번 8강전이 친선경기가 아닌 '목숨을 건' 실전인 탓에 마음 가짐이 예전과 같을 수 없다.

게다가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대표팀을 1995년부터 4년 간 직접 지휘해 본 적이 있어 오히려 든든하기만 하다.

1996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네덜란드를 8강으로 이끌었고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팀을 4강에 올려 놓기까지 했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명문 PSV 에인트호벤 사령탑을 맡기도 했던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

(마르코 판 바스턴) 감독을 비롯해 7년 동안 함께 일했던 코칭스태프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히딩크 감독은 예선에서 받은 경고 누적으로 조별리그 1, 2차전에 결장했다 3차전을 통해 그라운드에 복귀한 공격의 핵 안드레이 아르샤빈에 대한 기대감도 표시했다.

아르샤빈은 스웨덴 전에서 그동안 공백기를 무색게 하듯 선발 출전해 활발한 몸놀림을 보이다 후반 5분 추가골까지 뽑아 2-0 승리에 힘을 보탰다.

히딩크 감독은 "아르샤빈은 판단력이 매우 빠르고 영리한 선수다.

최근에 그는 상당 기간 출전하지 못해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지만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엔트리에 뽑았다"고 설명했다.

구 소련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 온 러시아는 '히딩크의 마법'이 8강에서도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 히딩크 감독이 지도자 인생에서 적지 않은 이변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한국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으로 이끈 그는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사커루' 호주를 사상 처음 본선에 올려놓더니 아예 16강까지 이끌었다.

유로2008 예선에서도 러시아는 '종가' 잉글랜드를 승점 1차로 밀어내고 크로아티아에 이어 E조 2위로 드라마같이 본선 티켓을 따냈다.

본선에서도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대패해 탈락 위기에까지 몰렸지만 지난 대회 우승팀 그리스, '바이킹 군단' 스웨덴을 잇따라 제압하면서 당당히 조 2위로 8강행 진출을 확정했다.

'히딩크 매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러시아-네덜란드전에 쏠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