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민당계 북파공작원 생포 사례도 있어
북파단체 "사례 확인시 송환 이뤄져야"


한국전쟁 당시 중국 관할지역을 대상으로 첩보활동을 벌이다 체포된 한국인 켈로(KLO)부대원 장근주(77)씨가 아직 중국에 생존해 있는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장씨와 비슷한 추가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장씨의 증언에 따르면 1951년 9월13일 상부의 명령을 받고 배를 타고 단둥(丹東) 부근 중국측 영해에서 첩보활동을 벌이다 이틀 뒤 중국측 경비정과 어선에 발각돼 교전을 벌이다 생포된 북파공작원은 모두 6명이다.

이중 한국인은 분대장 최모씨, 정보원 한모씨, 통역 안모씨, 그리고 무장원 임무를 맡은 장씨와 이동화씨 등 5명이다.

나머지 1명은 국민당 계열 중국인으로 간첩선 운전을 맡았던 왕모씨였다.

이들은 체포 직후 모두 현재의 단둥(丹東)인 안둥(安東)으로 압송됐지만 모두 분산 수용됐다.

장씨는 다른 공작원과 분리돼 재판을 받았고 1952년 11월15일 랴오닝(遼寧)성 고급인민법원에서 2차례 중국 영해를 침범, 중국과 북한 선박 11척에 총격을 가해 선원 1명에 부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비록 당시 장씨가 스무 살의 어린 나이로 선처를 받았을 가능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장씨의 판결내용에 비춰 함께 체포된 다른 공작원들에게도 사형이 아닌 징역형이 선고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다른 공작원들도 장씨와 마찬가지로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마치고 중국이 한국과 국교가 없었던 상황에서 중국에 억류돼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나이가 어릴 경우 아직까지도 중국에 생존해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 공작원의 소재는 현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장씨는 "체포 직후부터 뿔뿔이 흩어져 조사와 재판을 받았고 이후로는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들 외에도 중국측 군사자료에 따르면 미 극동공군사령부 정찰기를 타고 중국에 낙하해 첩보활동을 벌이다 생포된 미국 중앙정보국(CIA) 소속의 첩보원과 국민당 계열 북파공작원들의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1952년 7월부터 12월까지 중국측 백두산지역에는 32명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첩보활동을 벌이다 7명이 사망하고 25명이 중국 공안당국에 생포된 바 있다.

이중 미국 조종사 2명은 사망하고 미국 첩보원 2명은 생포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실제로 장씨의 진술에 의하면 이들 역시 복역을 마치고 중국에서 계속 생존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장씨는 1965년 푸순(撫順)감옥에서 석방된 직후 여러 차례 한국행을 요구했으나 주변에서 "대만 사람도 가지 못하는 판에 한국인이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느냐"고 말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정규군이 아닌 민간인 또는 비정규군으로 분류돼 포로대우를 받지 못하고 정전담판의 핵심쟁정 중 하나였던 포로송환 대상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높다.

맥락은 좀 다르지만 전후 북한에 파견된 공작원들도 현재 상당수 북한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민국 HID 북파공작원 유족동지회는 2006년 3월 1969년부터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 직전까지 판문점에서 개최된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록을 입수해 북파공작원 전사자 위패와 대조한 결과 최소 34명의 북파공작원이 북한에서 임무 중 체포됐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아직까지 북한에 생존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하태준 대한민국 HID 북파공작원 유족동지회는 "그간 임무 중 사망한 것으로만 생각했던 북파공작원이 중국에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우리 정부에서 국적회복과 송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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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순연합뉴스) 조계창 특파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