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 수학, 물리학 등 이공계 출신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가연계증권(ELS),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이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복잡.다양한 구조를 띠면서 고도의 수학적 계산능력을 갖춘 이공계 출신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내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금융계의 업종 간 '벽 허물기'로 다양한 상품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이공계 출신의 증권업계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9명의 파생상품운용부 인력 가운데 2명이 각각 수학과와 화학과를 나왔다.

또 투자전략부 투자공학팀에는 KAIST에서 각각 전기전자와 전산을 전공한 2명을 비롯, 컴퓨터 사이언스, 물리학 전공자 등 4명의 이공계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상품 설계에서부터 포트폴리오 전략, 계량분석, 펀드 리서치 등을 담당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금융공학실에도 10여 명의 연구원 가운데 물리학과, 산업공학과, 수학과 등 이공계 출신 4명과 통계학과 출신 1명이 몸담고 있다.

대우증권의 경우는 트레이딩사업부 소속 80여 명 가운데 수학, 금융공학, 물리학, 통계학 등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 60∼70%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는 KAIST와 포항공대 출신도 포함돼 있다.

대우증권은 특히 금융공학 전문가를 육성하고 있는 KAIST 금융전문대학원과 최근 산학 협약을 맺고 우수 인재에 대한 장학금 지원과 입사 특전을 주기로 했다.

KAIST에서 물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지난해 2월 대우증권에 입사한 이성순(28)씨는 현재 트레이딩사업부에서 직접 ELW(주식워런트증권) 매매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리스크 관리나 파생상품 등을 설계할 때 여러 변수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안해 내는 수학적 사고와 지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공계 출신들이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출신들은 리서치센터에서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으며, 계량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퀀트(Quant) 부문에는 수학이나 통계학 전공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요즘 증권가에서 이공계 출신들이 잘 팔린다"고 전했다.

대우증권 정태영 주식파생본부장은 "파생상품을 비롯해 각종 금융상품들이 복잡해지면서 상품 설계나 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리적 사고를 가진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공계 출신들이 증권업계에 입문하기 시작한 것은 3∼4년 정도 됐지만 최근 수요가 대폭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수요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