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승부사 기질을 발휘할 수 있을까.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대표팀이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에서 배수진을 치고 분위기 반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는 15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릴 D조 2차전에서 지난 대회 챔피언 그리스를 상대로 첫 승 사냥에 나선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패씩을 떠안은 러시아, 그리스 두 팀은 이번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만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나란히 1승씩 거둔 '무적 함대' 스페인과 '바이킹 군단' 스웨덴은 막강 공격력을 앞세워 사실상 8강 진출을 확정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러시아-그리스(15일 오전 3시45분.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슈타디온 발스 지젠하임)
러시아와 그리스 경기는 최고의 지략가로 뽑히는 두 사령탑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다.

히딩크와 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은 맞대결 패배시 탈락하는 만큼 총력전을 다짐하고 있다.

유로2004에서 그리스의 깜짝 우승을 지휘한 레하겔 감독은 스웨덴과 1차전에서 0-2로 지긴 했지만 여전히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탄탄한 전력을 보유한 팀으로 평가받는다.

레하겔 감독은 1차전에서 지나친 수비 중심의 경기를 펼치다 불의의 일격을 당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러시아 전에서는 거칠고 공격적인 전술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히딩크 감독도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히딩크 감독 역시 레하겔 감독과 마찬가지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조한 뒤 2006 독일월드컵에서 호주 16강 진출 이변을 일으켰던 주인공. 이번 대회 예선에서 '종가' 잉글랜드를 승점 1차로 밀어내고 크로아티아에 이어 E조 2위로 러시아를 본선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러시아가 첫 경기에선 스페인에 1-4로 완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게다가 간판 공격수 안드레이 아르샤빈이 예선에서 받은 경고 누적으로, 1차전에서 러시아에 유일한 골을 안겼던 로만 파블류첸코는 허벅지 부상으로 그리스전에 나서기 어려워 공격진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첫 경기에서 수비에 문제점이 나타나긴 했지만 아직 두 경기나 남아 있다"며 마음을 다시 잡았다.

그는 평균 나이 26.1세의 젊은 선수 주축인 러시아의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는 역대 상대전적 11승4무3패로 앞서 있어 그리스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스웨덴(15일 오전 1시.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 슈타디온)
강력한 우승 후보 스페인이 스웨덴을 맞아 다시 한번 매서운 화력전을 펼칠지 관심거리다.

스페인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러시아를 4-1로 대파하며 우승 목표를 향해 기분 좋게 출발했다.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골잡이 다비드 비야(발렌시아)는 대회 첫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승리에 앞장섰고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 역시 1도움을 보태며 힘을 보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30위인 스웨덴이 그리스를 상대로 첫 승을 거뒀으나 스페인(FIFA 랭킹 4위)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역대 전적에서 스페인이 4승4무3패로 박빙의 접전을 펼쳐 승부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예선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스웨덴의 베테랑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1차전에서 오랜만에 득점포를 가동하며 부활을 예고했고 공격과 수비진 모두 탄탄한 전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또 예선에서 스페인과 같은 조에 포함돼 홈 1차전을 2-0으로 이긴 뒤 원정 2차전에서 0-3으로 지는 등 1승1패로 동률을 이루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