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섯 동갑내기로 프로야구 간판타자로 자리매김한 김태균(한화)과 이대호(롯데)의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김태균이 10~11일 삼성전에서 두 경기 연속 대포를 쏘아 올리며 홈런(17개), 타점(55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반면 카림 가르시아와 함께 롯데 돌풍을 주도했던 이대호는 최근 6경기 타율 0.200으로 주춤하다.

홈런과 타점은 각각 9개, 46개에 그쳐 김태균과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4번 타자의 활약에 따라 소속팀의 희비도 극명하다.

한화는 11일 현재 4연승 휘파람을 불었고 타선이 집단 슬럼프에 빠진 롯데는 5연패 나락으로 떨어졌다.

2001년 프로 데뷔도 같이 한 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며 선의의 라이벌 관계를 이뤄왔다.

일찍부터 거포 자질을 인정 받고 한화 4번을 꿰찬 김태균이 2005년까지 성적과 연봉에서 앞서갔다면 이대호는 타격의 눈을 떠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2006년과 지난해 김태균을 능가했다.

자존심이 걸린 연봉도 이대호가 3억6천만원으로 2억9천만원인 김태균보다 많이 받는다.

그래서 둘의 치열한 경쟁구도는 프로야구를 더욱 맛깔스럽게 해주는 양념과 같은 구실을 한다.

올해도 이대호가 초반 앞서가다 김태균이 무섭게 뒤따라 잡는 쫓고 쫓기는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김태균의 타격감은 꾸준하다.

5월에만 홈런 8방을 터뜨린 김태균은 6월 들어서는 8경기에서 다섯 차례나 한 경기에 안타 2개를 때려내며 정교함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달에 추가한 타점만 10개다.

51경기에서 홈런 17개를 쏘아 올린 그는 이 페이스라면 2003년 기록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31개)을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3년 만에 100타점 복귀도 가능해 보인다.

반면 이대호의 홈런 시계는 5월22일 광주 KIA전을 끝으로 20일째 멈춰 섰다.

3할6푼대 이르던 타율은 0.317까지 떨어졌다.

상대팀은 이대호를 지독할 정도로 견제한다.

몸쪽에 약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집중적으로 몸쪽을 겨냥한다.

그는 사구(死球) 9개로 8개 구단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이 몸에 맞았다.

볼넷까지 합하면 사4구 40개로 김동주(두산.41개)에 이어 전체 2위.
김태균은 몸 맞는 볼이 2개에 불과했다.

거구의 이대호가 주는 위압감이 엄청나기에 투수들은 위기에서 정면 승부보다 그를 거르는 경향이 많고 이대호는 타격감을 잃는 일이 빚어진다.

이대호는 지난달 31일 목동 우리전에서 4타수3안타를 때린 뒤 6월 8경기에서 26타수4안타(타율 0.154)로 저조하다.

11일 두산전에서 5타수2안타를 때리고 1타점을 보탰지만 부활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한다.

롯데와 한화가 승차 없이 3,4위 싸움을 벌이고 있어 매경기 둘의 타격 성적은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