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철의 날' 기념식이 열린 지난 9일 저녁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는 300여명의 철강업계 관계자들이 모였다.

6월9일은 1973년 포스코가 현대식 고로를 가동한 날.국내 철강업계의 '공동 생일'인 셈이다.

행사장엔 화려한 꽃다발이 가득했다.

역대 가장 많은 24명의 수상자가 호명될 때마다 웃음과 박수가 어우러졌다.

미소를 띤 철강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올 2분기(4~6월) 실적은 어떤가요?" 이구동성으로 "1분기보다 나을 것 같다"고 답했다.

올 들어 철강시황이 꾸준히 좋았던 데다 몇 차례의 철강제품 가격 인상으로 매출이 늘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미래로 한 발짝 질문이 더 나아가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모두 불안하다고 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철강시장 상황을 '비정상적'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그는 "고철 가격이 열연강판값보다 비싸고 철강 반제품인 빌릿이 t당 1000달러를 넘어 완제품보다 비싸게 팔리는 상황을 정상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석만 포스코 사장도 "올 1,2분기 실적이 좋은 것은 원료 가격 인상분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반기 실적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포스코는 리오틴토 BHP빌리톤 등 호주의 광산업체와 원료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철광석값을 대폭 올려달라는 호주 업체의 주장에 가격협상은 6월 들어서도 안갯속이다.

올해 도입분 철광석 가격이 결정되면 올 3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가격 인상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지금까지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그럭저럭 철강제품 가격에 반영,위기를 넘겼다.

이제는 한계상황에 다다랐다.

'여론'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수요업체의 경쟁력' 자체가 걱정이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이날 철강제품 추가 인상 가능성을 조심스레 내비쳤다.

국제가격과의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는 진단이다.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싼 철강제품을 공급하던 포스코마저 원가부담에 손을 드는 모습이다.

원자재발(發) 'I의 공포(인플레이션 우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안재석 산업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