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발표했다.

산은과 그 금융자회사들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기업금융 중심의 투자은행(CIB)으로 육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정부는 물론 산은도 파생상품 등 국내 IB업무에서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언급하면서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산은 지주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선 시급히 해야 할 일이 적지 않다.

IB의 중요한 성공요건은 전문인력 육성과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고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또 외부에서 거액을 주고라도 역량 있는 전문가를 데려와야 한다.

의사결정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산은이 기존 시스템을 허물고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자금조달 능력도 문제다.

정부는 산은 민영화 후 신용등급 하락,조달비용 상승에 대비해 산은에 예금 수신 기능을 허용한다는 방침이지만 예금 수신 업무에 전혀 경험이 없는 산은이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얼마만큼 예금을 유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상장 전 투자유치(pre-IPO)를 통해 글로벌 투자은행에 10~15%의 지분을 넘겨 그들의 IB 노하우와 경영기법을 전수받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너무 낙관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국내 은행들을 외국 자본에 팔아 넘기면서 '선진 금융기법 전수'라는 변명을 달았지만 그 결과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소매금융의 비중만 늘어난 것뿐이었다.

지분 15% 정도 넘기는 것으로 글로벌 IB의 핵심자산이라 할 수 있는 해외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차라리 맥쿼리가 ING의 아시아 증권사업(equity business) 부문을 일괄 인수했듯이 산은이 개발도상국 금융회사가 아닌 선진국 금융회사를 인수ㆍ합병(M&A)함으로써 해외 네트워크를 갖춰나가는 게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하이닉스 등 일부 매각 예정기업 주식을 한국개발펀드(KDF)로 넘기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M&A에 쓸 수 있는 자금을 많이 확보하는 게 더 우선이라는 말이다.

정재형 경제부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