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여년간 알츠하이머 병은 유전학 및 분자생물학 차원에서 보다 상세한 발생 메커니즘이 밝혀져 왔다.

우선 치매와 관련한 세 가지 유전자가 발견됐다.

14번 염색체의 프리세닐린Ⅰ(PS Ⅰ),1번 염색체의 프리세닐린Ⅱ(PS Ⅱ)가 있다.

또 뇌 내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의 형태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21번 염색체에 존재한다.

프리세닐린 유전자에서는 모두 30가지 이상의 돌연변이,아밀로이드 유전자에선 5가지 이상의 돌연변이가 각각 발견됐다.

가족적으로 발병하는 알츠하이머 병의 80%는 PS Ⅰ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5~10%는 PS Ⅱ 단백질 생산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으로 연구돼 있다.

이들 돌연변이 유전자를 도입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해 보면 알츠하이머 병의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가 정상보다 과다하게 생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S Ⅰ 단백질은 직접적으로 베타-아밀로이드 생성에 관여하지만 PS Ⅱ 단백질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 확인이 덜 된 상태다.

19번 염색체에는 여러 종류의 지단백을 청소하는 아포리포 단백의 형태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존재한다.

아포리포 단백은 Apo E2,E3,E4 등 세 종류가 존재하는데 E4를 가진 그룹은 E2,E3를 가진 그룹보다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높다.

Apo E4를 가진 사람은 70세 이전에 약 50%에서 알츠하이머 병이 나타났고 90세에 달하면 약 99%가 치매 증상을 보인다는 통계다.

반면 E4가 없고 E2나 E3를 가진 사람은 90세가 되어도 약 50%에서만 치매가 나타났다.

이는 Apo E2나 E3가 뇌 조직을 유지하는 타우(tau) 단백질을 보호해 신경세포의 세포질 내 미세관(세포 형태를 유지해 주는 뼈대 역할)을 안정화시키는 데 반해 E4는 타우 단백과 결합하면 미세관이 쭈그러들기 때문이다.

볼트 너트로 연결된 철골 구조물의 이음새 역할을 하는 타우 단백질이 손상되니 구조물은 무너지고 여기에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까지 연쇄적으로 들러붙어 노인성 반흔(plaques)이라는 뇌 위축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유전학적ㆍ분자생물학적 연구 결과는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은 환자를 조기 선별해 예방에 주력하도록 유도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