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대회에 걸맞게 어렵게 만든 코스도 장타자들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미국 LPGA투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인 맥도날드LPGA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우승상금 30만달러)이 열린 미 메릴랜드주 하브드그레이스 불록CC(파72·6596야드).이번 대회를 앞두고 코스 길이를 6641야드로 대회 사상 가장 길게 세팅했다.

파5홀인 11번홀의 경우 596야드로 투어 사상 최장홀로 만들었다.

지난해 우승 스코어가 메이저 대회로는 지나치게 높은 합계 14언더파였던 점을 의식한 조치였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우선 커트 기준선이 1955년 대회 창설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인 이븐파로 결정됐다.

종전까지는 1987년과 1999년 기록한 합계 1오버파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우승 스코어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3라운드를 마친 현재 단독선두에 오른 이지영(23·하이마트·사진)이 합계 12언더파 204타다.

2위 마리아 요르트(스웨덴)는 합계 11언더파,공동 3위인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합계 10언더파다.

이들 선수는 최종일 최소한 4∼5타 이상 줄일 것으로 보여 합계 15∼16언더파에서 우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1992년 대회에서 벳시 킹이 메릴랜드주 베데스다CC에서 기록한 합계 17언더파의 72홀 대회 최소타 기록 경신 가능성도 있다.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로 평가되는 7언더파(65타)를 기록한 선수도 3라운드에서만 이지영,요르트,청야니 등 3명이나 됐다.

전날 오초아까지 합치면 이번 대회에서 7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4명이다.

지난해 7언더파는 민나온이 3라운드에서 기록한 것이 유일했다.

이처럼 좋은 성적이 나온 이유는 길어진 코스가 장타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상위권 선수들의 3라운드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이지영 270.17야드,요르트 278야드,소렌스탐 243.33야드,오초아 275.50야드,청야니 272.67야드다.

다른 선수들의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30∼240야드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30야드 이상 멀리 치는 셈이다.

481야드 길이의 8번홀(파5)은 대부분 '2온'에 성공해 버디를 잡았다.

평균 스코어가 4.619타로 이 홀에서 파를 하면 거의 보기를 한 것이나 다름 없었을 정도였다.

이날 이지영은 1,3번홀에서 버디를 낚았으나 5번홀에서 티샷한 볼이 밀리며 깊은 러프에 빠지면서 발목이 잡히는 듯했다.

7번 아이언으로 레이업을 한 뒤 65야드를 남겨두고 친 세번째샷마저 그린을 놓치면서 '4온2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한 것.그러나 이지영은 6,8,9번홀에서 연거푸 버디를 낚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특히 후반에 샷감이 살아나며 15번홀(파5)에서 '레스큐 클럽'으로 '2온'에 성공,6m 이글을 달성시킨데 이어 16,18번홀에서 버디를 낚았다.

이지영은 "이곳의 그린이 나와 잘 맞는다.

특히 라인 읽기가 쉽다"고 말했다.

2005년 CJ나인브릿지챔피언십 우승으로 미국 투어에 진출한 이지영은 장타자인 데도 뒷심 부족으로 미국에서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지난해 미켈롭울트라오픈에서 선두를 달리다 막판 3개홀에서 공동선두를 허용,연장전에서 수잔 페테르센에게 패한바 있다.

올 시즌 세이프웨이인터내셔널에서 2위를 기록한 게 최고 성적이다.

이지영은 마리아 요르트,아니카 소렌스탐과 마지막 챔피언조로 9일 새벽 2시25분에 티오프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