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여름 동해의 한 방파제에서 영화 '공공의 적' 크랭크인과 고사가 있었다.

'공공의 적' 1편에서 악역을 맡았던 이성재가 대뜸 "혹시 경구 형이 9형제의 막내인 거 알아?"라고 질문을 했다.

당연히 "정말? 정말 9형제래?" 했더니 "응,형들 이름이 경일,경이,경삼이래"라며 웃었다.

이 이야기를 나중에 설경구에게 했더니 "하하하" 웃으며 "짜식" 했다.

뭐랄까.

쿨한 듯하면서 뒤끝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한참 지난 이 에피소드가 생각난 것은 얼마 전 '강철중:공공의 적 1-1' 시사회 때다.

'공공의 적 2'에서 검사 강철중이었던 설경구가 다시 독한 형사 강철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2편 당시 검사역이어서 계속 양복을 입느라 너무 답답해 검사실 창문으로 뛰어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는데,이번엔 말 그대로 자유인 같은 껄렁한 차림의 형사가 된 것이다.

게다가 꼴통 형사의 기질을 그대로 간직한 채 말이다.

한국영화 사상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강철중이 다시 돌아온 걸 보니 반가웠다.진짜 강철중이 된 설경구를 보는 것이 좋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공공의 적 2' 때 강우석 감독에게 "설경구씨와 너무 오래 같이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그가 연출한 '공공의 적' '실미도' '공공의 적 2' 등 세 편을 연이어 함께 작업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강 감독은 "걔를 보호하려면 다음 작품에서는 경구랑 하지 말아야 한다.

경구도 다른 감독하고 해야 하고"라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공공의 적' 시리즈만 빼고."

배우들에게 연기한 인물과 실제 자신이 얼마나 닮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러면 대다수가 "어떤 면에선 비슷하고 어떤 면은 달라요.

내 안의 다양한 면 중 한 면이 그 인물과 같은 거죠"라고 답한다.

설경구 또한 이와 비슷한 대답을 하지 않을까 싶지만 아무리 봐도 그와 강철중은 닮은 구석이 많다.

편안한 차림을 좋아하는 그의 스타일이나 시시한 질문에는 "뭐 다 알면서 그래"라며 살짝 무시하는 쿨함,일상의 욕을 잘하는 것,뭔가 아닌 것을 봤을 때 드러나는 불 같은 성격 등등.그리고 무엇보다 닮은 것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온 몸을 던져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의 연기를 보면 배우라는 직업을 진정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강철중:공공의 적 1-1'의 강철중도 형사를 그만두려 하지만 그가 형사라는 직업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강철중=설경구'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 같다.

관객의 입장에서 우리 영화의 한 캐릭터를 세월을 두고 계속해서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악을 행하는 공공의 적을 홀로 대적하는 강철중과 그를 연기하는 설경구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싶다.

이원 영화칼럼니스트 lateho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