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달러 넘는 힐러리 선거 빚 청산, 오바마가 지원 거론

부통령 후보는 'No', 선거빚 갚아주기는 'Ok'?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경선 승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패자인 힐러리 클린턴 껴안기에 나선 가운데 힐러리가 바라는 부통령 후보 대신 2천만달러가 선거빚을 갚아주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접전 끝에 사상 최초의 여성 미국 대통령 도전에 실패한 힐러리가 바라는 것은 부통령 후보.
힐러리는 패배가 확정된 3일 뉴욕주 의원들과의 대화에서 '부통령 후보를 맡을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등 오바마 진영에 러닝메이트로 자신을 낙점해달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힐러리로서는 대통령의 꿈은 일단 물건너갔지만, 오바마를 도와 부통령만 된다면 실세 2인자로서 영향력을 유지하며 차기를 도모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는 말을 아까고 있지만 그의 선거본부장은 방송에 나와 오바마와 힐러리가 '드림티켓'을 이루면 '16년간 백악관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부통령 후보 요구에 대한 오바마측 반응은 냉담하다.

오바마 뿐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 조차 힐러리가 패배 시인을 미루며 부통령 후보를 달라고 압박하는 모양새가 펼쳐지고 있는데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진영은 힐러리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극도로 조심하고 있지만 '부통령 후보를 둘러싼 거래는 없다'고 못박았다.

힐러리의 열렬한 지지자인 에드 렌델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조차 방송에 나와 '거래는 있을 수 없다.

1천800만표를 얻은 힐러리라 해도 대통령 후보 지명자와 거래를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힐러리 진영은 여론이 이처럼 불리하게 돌아가자 5일 '부통령 후보를 달라는게 아니다'라고 발을 뺏다.

힐러리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힐러리는 경선 기간 내내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지만, 부통령직을 추구하는건 아니다.

.. 선택은 오바마에게 달렸고, 그의 고유 권한이다"라고 밝혔다.

6일 패배를 공식 시인할 예정인 힐러리가 부통령 후보 제의가 있을 경우 이를 수용할 지 여부도 성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힐러리측이 부통령 후보 요구를 누그러뜨리는 시점에 흥미롭게도 2000만달러가 넘는 그의 선거빚 청산 이야기가 나왔다.

오바마 선거운동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힐러리 선거 빚을 갚아주는 문제가 "분명히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말할 것.
힐러리는 경선 기간에 자신이 댄 1천140만달러와 광고, 자문회사 등에게 진 빚 950만달러 등 2천200만달러 가까운 부채를 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8월 25-28일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 전당대회까지 이 빚은 갚지 못하면 힐러리가 선거캠프에 빌려준 1천140만달러 중 되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불과 25만달러로 제한돼 있다.

선거 빚 청산이 발등의 불이된 셈이다.

힐러리는 앞으로 두 달 여 동안에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다른 부채를 갚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선거운동에 밀어넣은 1천만달러가 넘는 재산을 고스란히 날려야 할 판이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오바마가 힐러리를 위한 모금에 나서는 것.
오바마는 자신에게 들어온 선거자금을 힐러리에게 줄 수는 없지만 힐러리를 위한 모금운동을 주관할 수는 있다.

힐러리 역시 전당대회까지 모금운동을 계속할 수 있지만, 경선에서 패배한 그에게 몰리는 돈보다는 오바마가 나서서 모을 수 있는 돈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경선에 나섰다 패배한 후보를 승자가 나서서 모금해 도와주는 사례는 전에도 있었고, 이번 선거에서도 있었다.

대슐 의원은 힐러리 선거 빚 청산 지원의사를 밝히며 "우리는 분명히 서로 돕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부통령 후보 낙점이 어려워진 힐러리가 발등의 불이된 막대한 선거 빚을 청산 받는다면 경선 기간 고조됐던 양측간 갈등도 다소 누그러질 것이란 지적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