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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스타CEO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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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을 하려면 알아둬야 할 일이 있다.

    올라갈 때는 신발끈을 느슨하게, 내려올 때는 단단히 붙들어매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올라갈 때 너무 꽉 매면 발목이 아프고, 내려올 때 잘 조이지 않아 헐거우면 넘어지기 쉽다.

    위로 향할 때와 정상에 도달한 뒤엔 이렇게 신발 신는 법부터 달라야 한다.

    높이 도달했을수록 목표와 방향이 바뀐 걸 무시한 채 올라올 때 방식을 고집하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성공에 취해 자신의 능력과 방법론을 과신하는 것을 휴브리스(hubris, 오만)라 불렀다.

    많은 영웅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와 추락은 이 휴브리스 탓이었다는 것이다.

    한때의 영광에 휩싸여 판단을 흐리는 휴브리스는 조직까지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수에즈운하의 영웅 레셉스가 제 방식만 우기다 파나마운하 건설에 실패, 투자자와 프랑스에 큰 손실을 입혔던 식이다.

    스타 CEO가 기업 성장에 해로울 수 있다는 보고(LG경제연구원 '슈퍼 CEO의 그늘')는 기업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크게 성공한 사람일수록 사고나 방식을 바꾸기 어려워 보인다.

    시대나 여건의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주위의 조언을 듣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내 생각과 추진력이 오늘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다들 망설이고 반대할 때 주저하거나 굽히지 않고 밀어붙인 게 들어맞았다'고 믿는 까닭이다.

    슈퍼 CEO는 또 전심전력을 다하고 그 성과가 입증된 만큼 다른 사람의 능력과 충성도에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슈퍼 CEO 밑에서 뛰어난 2인자가 나오기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등산할 때 좋은 리더는 산행에 능한 사람을 앞 뒤에 배치, 호흡을 조절하고 낙오자를 막아 전체를 안전하게 이끈다.

    좋은 교사는 단지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잘 가르치는 사람이다.

    잘 가르치려면 배우는 사람에게 눈높이를 맞추고 부족한 심정도 이해, 의욕을 살려야 한다.정상에 서면 신발끈을 다시 매듯 패러다임을 고쳐야 마땅하다.

    스타 CEO일수록 휴브리스의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명성도 유지하고 조직도 살릴 수 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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