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지금 '김재익 수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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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일 <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
1984년 초의 경제상황은 국제수지가 적자인 가운데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환율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전 대통령은 보고자인 서상목 부원장에게 이렇게 일장 훈시했다.
"이봐요,서 박사.환율인상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에요.
환율을 올린다고 수출이 장기적으로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을 뿐 아니라 물가상승 부작용도 함께 따져봐야 할 것 아니오.환율을 올리면 물가를 자극할 게 뻔한데,왜 그 생각은 못하는 거지? 물가가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 내 앞에서 일절 환율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시오."
이상은 최근 개정증보판이 나온 전두환시대의 경제 비사인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이장규 저)에 담긴 내용이다.
이 책에는 또한 전 대통령이 직접 만든 물가안정에 관한 자필 강의록이 실려 있다.
전 대통령은 물가가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봤다.
첫째,대외요인으로 원유가,원자재가 및 국제고금리를 꼽았다.
둘째,대내요인으로 노임단가,통화안정과 함께 한국적 상황으로 환율안정을 꼽았다.
셋째,심리적 영향으로 정부,기업,근로자 등 전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꼽았다.
그리고 물가안정은 가격경쟁력과 수출을 통해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전 대통령은 이 강의록을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주고 교정을 의뢰했으나 김 수석은 고칠 데가 없어 한 자도 고치지 않고 정서시켰다고 한다.
지금 봐도 흠잡을 데 없는 전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식견 뒤에는 김재익을 필두로 한 탁월한 경제보좌진의 역할이 있었다.
김재익은 안정,자율,개방이라는 분명한 기조를 가지고 경제안정화 속의 성장을 추구했다.
우선 물가안정에 힘을 쏟았다.
당시 경제팀은 무조건 물가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원유가 급등 등 해외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가격상승은 과감히 받아들여 가격을 현실화했다.
그 대신 수요 팽창요인은 철저히 억제했다.
예컨대 추곡수매가 인상률을 정치권이 요구하는 수준의 3분의 1로 최소화했다.
더욱 과감한 것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정부 예산동결을 실행한 것이다.
김재익은 1982년에 이 구상을 처음 시도했으나 반대에 부딪혀 실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83년에 마침내 대통령의 결심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대통령과 경제팀의 이러한 안정화 노력에 힘입어 1980년 28.7%이던 물가상승률은 83년에는 3.5%로 떨어졌고 성장률은 10.7%로 상승했다.
금년 5월 현재 우리나라의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4.9%로 7년 만에 가장 높다.
이는 주로 원유가격 등 해외요인에 기인한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현상이기도 하다.
이코노미스트지(誌) 최근호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인플레이션율은 5.5%로 1999년 이래 가장 높다.
이에 대한 현 경제팀 정책은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제팀은 최근까지 환율상승을 방조해 수출을 증대하는 정책을 취해왔으며,추경예산도 편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토목사업을 통한 수요 창출형 성장에도 여전히 마음을 두고 있다.
지금 전두환 경제팀이라면 어떻게 할까.
해외요인으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가격상승은 과감히 받아들여 현실화하지 않을까.
환율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은 마약으로 보지 않을까.
추경예산 편성은 포기하지 않을까.
대규모 토목사업은 멀리 뒤로 미루지 않을까.
전두환 정부는 정치적 정당성에 흠결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경제체질 강화에 힘썼다.
그 결과 경제적 정당성은 획득했다.
1984년 초의 경제상황은 국제수지가 적자인 가운데 수입을 억제하고 수출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서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환율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전 대통령은 보고자인 서상목 부원장에게 이렇게 일장 훈시했다.
"이봐요,서 박사.환율인상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에요.
환율을 올린다고 수출이 장기적으로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을 뿐 아니라 물가상승 부작용도 함께 따져봐야 할 것 아니오.환율을 올리면 물가를 자극할 게 뻔한데,왜 그 생각은 못하는 거지? 물가가 완전히 안정될 때까지 내 앞에서 일절 환율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시오."
이상은 최근 개정증보판이 나온 전두환시대의 경제 비사인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이장규 저)에 담긴 내용이다.
이 책에는 또한 전 대통령이 직접 만든 물가안정에 관한 자필 강의록이 실려 있다.
전 대통령은 물가가 세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봤다.
첫째,대외요인으로 원유가,원자재가 및 국제고금리를 꼽았다.
둘째,대내요인으로 노임단가,통화안정과 함께 한국적 상황으로 환율안정을 꼽았다.
셋째,심리적 영향으로 정부,기업,근로자 등 전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꼽았다.
그리고 물가안정은 가격경쟁력과 수출을 통해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전 대통령은 이 강의록을 김재익 경제수석에게 주고 교정을 의뢰했으나 김 수석은 고칠 데가 없어 한 자도 고치지 않고 정서시켰다고 한다.
지금 봐도 흠잡을 데 없는 전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식견 뒤에는 김재익을 필두로 한 탁월한 경제보좌진의 역할이 있었다.
김재익은 안정,자율,개방이라는 분명한 기조를 가지고 경제안정화 속의 성장을 추구했다.
우선 물가안정에 힘을 쏟았다.
당시 경제팀은 무조건 물가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원유가 급등 등 해외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가격상승은 과감히 받아들여 가격을 현실화했다.
그 대신 수요 팽창요인은 철저히 억제했다.
예컨대 추곡수매가 인상률을 정치권이 요구하는 수준의 3분의 1로 최소화했다.
더욱 과감한 것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정부 예산동결을 실행한 것이다.
김재익은 1982년에 이 구상을 처음 시도했으나 반대에 부딪혀 실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83년에 마침내 대통령의 결심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대통령과 경제팀의 이러한 안정화 노력에 힘입어 1980년 28.7%이던 물가상승률은 83년에는 3.5%로 떨어졌고 성장률은 10.7%로 상승했다.
금년 5월 현재 우리나라의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은 4.9%로 7년 만에 가장 높다.
이는 주로 원유가격 등 해외요인에 기인한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현상이기도 하다.
이코노미스트지(誌) 최근호에 따르면 전 세계 평균 인플레이션율은 5.5%로 1999년 이래 가장 높다.
이에 대한 현 경제팀 정책은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제팀은 최근까지 환율상승을 방조해 수출을 증대하는 정책을 취해왔으며,추경예산도 편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토목사업을 통한 수요 창출형 성장에도 여전히 마음을 두고 있다.
지금 전두환 경제팀이라면 어떻게 할까.
해외요인으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가격상승은 과감히 받아들여 현실화하지 않을까.
환율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은 마약으로 보지 않을까.
추경예산 편성은 포기하지 않을까.
대규모 토목사업은 멀리 뒤로 미루지 않을까.
전두환 정부는 정치적 정당성에 흠결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경제체질 강화에 힘썼다.
그 결과 경제적 정당성은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