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창 무 <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cmryu@kita.net >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무원들의 출근시간이 한 시간 이상 빨라졌다고 한다.청와대는 두 시간 정도 빨라졌다고 하니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출근이 빨라진 것은 비단 공무원 사회뿐이 아니다.일찍 출근하면 교통이 좋고,내방객이나 전화 방해를 받지 않고 차분히 하루 일정을 점검하고 구상하기 좋은 장점도 있어 재계에도 조기 출근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얼리 버드(Early Bird)'란 말이 익숙해졌다.'일찍 일어나는 새가 모이를 많이 먹는다'고 했듯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인물들 중에는 아침형 인간들이 많다고 한다.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는 새벽 3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 뜨는 시간이 더 빨라지는 하절기에 접어들면서 아침 시간을 보다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세계적으로 87개국이 서머타임제를 통해 아침 시간 활용을 뒷받침하고 있다.선진국 그룹인 OECD 국가 중 서머타임제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아이슬란드 3개국뿐이다.

일본도 서머타임제를 실시하자는 법안이 제출돼 심의 중이다.미국은 올해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자 에너지 절약을 위해 서머타임제 시행 기간을 한 달간이나 연장했다.국제유가가 130달러 선을 오르내리는 요즘 기름 한 방울이라도 아껴야 하는 게 우리 현실인데,서머타임제를 아직도 도입하지 못하고 있어 공직에 있을 때부터 이 제도 도입을 주장해온 필자로서 답답함을 느낀다.

일부에서는 서머타임제를 실시하면 생체리듬이 깨지고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길어질 우려가 있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우리 조상들은 해가 일찍 뜨는 하절기에는 일찍 일어나 일을 하고 늦게 뜨는 동절기에는 늦게 일어나는 삶을 살아왔다.그야말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생활이요,생체리듬에 맞는 생활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근로시간이 늘어나면 시간외 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해가 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할 일도 없이 초과 근무를 시킬 기업이 얼마나 있겠는가.

서머타임제를 시행하는 외국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면 불편한 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오히려 퇴근 후의 여유시간을 활용해 운동을 하거나 가사 일을 하는 등 유익하게 보냈던 기억이 난다.서머타임제는 범죄율도 낮추고 교통사고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삶의 질도 높이고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큰 서머타임제가 빨리 시행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