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인한 성장률 둔화와 환율 불안 등으로 실물경기가 악화되면서 금융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시중은행들은 특히 에너지와 원자재 사용 비중이 높은 업체를 중심으로 특별관리에 들어가는 등 경기 하강에 따른 건전성 악화에 대비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 신한 하나 국민 등 주요 은행들은 고유가 등으로 기업들의 영업 및 수익구조가 크게 악화될 것으로 보고 고유가에 따른 영향을 크게 입는 산업 중심으로 기존 여신에 대해 특별 심사에 착수키로 했다.

또 석유 등 에너지 및 기초 원자재 사용 비중이 높은 업종에 대해서는 신규 여신을 제한하는 등의 특별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내부적으로 유가 관련 비상계획을 수립, 시나리오 단계별로 여신운용방안을 마련해 실행에 들어갔다.

이 은행 관계자는 "석유화학 고무 플라스틱 비금속광물 업종의 경우 생산원가 부담이 급격이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원가상승 부담을 전가하기 어려운 중소업체들의 경우 기존 여신에 대한 부실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무엇보다 운송업 주물 고로업체 등 에너지 사용량이 많거나 철강 레미콘 등 기초 원자재 취급 비중이 높은 업종 중심으로 채산성 악화에 따른 부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여신관리 담당자는 "이들 업종의 경우 이미 유류비 등 생산원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사실상 영업중지 상태에 빠져드는 등 한계상황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시중 은행장들은 이성태 한은 총재의 초청으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원재료값 급등과 내수 둔화 등으로 중소기업의 연체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자산건전성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은행들은 또 고유가 등으로 경상수지가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환율 불안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

각 은행은 이에 따라 외화대출에 대한 정밀 재심사를 벌이는 한편 기존 외화대출에 대해서는 취급시기별 환차손을 감안해 상환능력을 점검토록 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고유가 상황이 원자재 가격 및 물가상승, 소비침체, 기업 매출및 이익감소, 부실 심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이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은행들이 선제적인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