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양재동 현대차 본사 17층. 해외영업본부. 북미팀의 김형정 부장은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미국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브프라임 영향에다 고유가까지 겹쳐 자동차 시장이 지난 95년 이후 최악입니다. 황선용 현대차 북미팀 대리 “미국 산업수요는 미국서브프라임 경기침체와 고유가 영향으로 전년대비 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세계 1위인 도요타도 북미 시장에 할부 혜택을 늘렸습니다. 도요타도 부담이지만 도요타의 공세는 다른 자동차 업체에 더 큰 부담입니다. 박상범 현대차 북미팀 대리 “도요타는 주력차종인 코롤라 신형 본격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중형급인 캠리는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월 199달러의 특별리스를 시작했습니다. 경쟁이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현대차는 중소형차 중심에 연비가 좋아 상대적으로 낫지만 시장이 어려우면 다른 업체들이 사활을 겁니다. 경쟁이 커지면 그만큼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김형정 현대차 북미팀 팀장 “미국 경기가 위축되고 있고 고유가가 계속되는 바람에 상당히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으로 현대차 뿐만 아니라 모든 업체들이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4월까지만 보더래도 미국 빅3도 10% 이상 하락해서 이 사람들 전반적으로 지금 대책수립에 임하고 있고 그 잘나가던 도요타도 빠지고 있습니다. 도요타도 빠지는 판에 모든 일본 업체가 빠지고 있고 미국 시장 전체가 상당히 앞날이 불투명하고 언제 회복할 알 수 없는 위기 상황에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시장은 남은 기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고... ”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3월 유럽의 자동차 판매는 163만여대에 그쳐 1년전보다(181만대)보다 9.7%가 떨어졌습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유럽이 경기 침체 여파로 위축됐습니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신흥시장의 성장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 연구소 소장 “신흥시장은 신흥시장으로만 기능이 아니라 신흥시장이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고 또 하나는 신흥시장 자체가 로컬 업체들의 성장을 들 수 있겠다. 이런 요인들은 한국 업체들의 기존 경쟁력인 저가 중소형차 시장에서 상당히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올 1분기에 벌써 185만대가 팔려 1년전(154만대)보다 20.4%가 늘었습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하지만 문제는 공급입니다. 급성장하는 시장을 보고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와 부품 업체들이 모두 중국에 몰려들었고 중국은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생산기지 역할이 돼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중국의 자동차 산업의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자동차 산업의 중장기적인 위협입니다. 장바오숭 중국 자동차공업협회 무역위 비서장 “내가 생각하기에는 중국의 기술발전속도 개방이후... 세계의 모든 자동차 회사가 중국으로 들어와..내가 생각하기에는 한국과의 큰 차가 없고 어떤 부분은 이미 한국을 추월..“ 2008년 전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는 7천4백여만대. 전년보다 3% 늘어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는 연초 전망일 뿐 고유가 충격이 더하는 지금은 전망을 더 낮출 때입니다. 미국 2위인 포드는 지난 22일 북미 공장에서 픽업트럭과 SUV 생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GM도 올해만 모두 13만8천대의 픽업과 SUV 감산을 결정했습니다. 심지어 도요타마저도 미국 공장의 일부 감산을 결정했습니다. 고유가 충격을 견딜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불확실한 시장에 경쟁자는 오히려 늘어나면서 전세계 자동차 산업은 말그대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합종연횡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한쪽에서는 빠르게 공장을 짓고 한쪽은 문을 닫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원가절감은 너무나 당연해졌습니다. 박성태 기자 "자동차 산업에서의 경쟁은 각 나라 제조업의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철강, 화학에서 IT, BT까지. 자동차는 그 어떤 산업보다도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큽니다." 철강과 전자, 유리, 화학, 고무 등 소재는 물론이고 2만여개의 부품은 그나라 중소기업 경쟁력과도 직결됩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자동차에 첨단 기술 채택이 늘어나면서 자동차는 정보통신과 에너지, 나노기술 등 첨단 기술의 시험장이 되가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발전이 곧바로 첨단산업 발전과 연결된다는 얘기입니다. 김기찬 가톨릭대학 경영대학원장 "자동차 산업은 기존에는 기계 제조업에 머물렀는데 지금은 참단산업들과 융합을 하면서 첨단산업에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고용에 있어서 자동차 산업의 역할은 더 중요합니다. 세계 5대 생산국인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모두 25만3천여명.(2005년 기준). 제조업 전체의 8.9%에 해당합니다. 여기에 판매와 주유 등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자동차 관련 종사자는 157만명으로 전체 직장인의 10.4%가 자동차 관련 산업에서 월급을 받습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자동차 산업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경제를 좌우했습니다. 19세기 후반 근대 자동차를 발명하고 보급한 유럽이 세계 경제를 주도했으며 20세기에는 미국이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일본이 세계 2대 경제강국이 된 배경에는 자동차 산업이 밑거름이 됐습니다. 일본과 미국, 독일 등 자동차 생산이 많은 나라들이 어김없이 세계 경제에 중심에 있다는 것은 자동차 산업과 국가 경쟁력과 상관관계를 드러냅니다. 이러다보니 각국 정부도 자동차 산업 경쟁력 확보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습니다. 중국은 부품 산업 개방을 통해 완성차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고 영국은 위축되는 자동차 산업 지원을 위해 내년까지 지원방안을 만들 계획입니다. (2009년까지 액션플랜 제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도 로드맵을 만들어 자동차 산업 육성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2025년 자동차 생산 10배 늘려 420만대 생산) 그리고 거의 모든 국가가 자동차 공장 유치를 위해 최고 통치권자가 직접 나서고 있습니다. 각 나라의 자동차 산업 경쟁은 특히 차세대 흐름으로 얘기되고 있는 친환경차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미국 대선 후보인 오바마는 친환경차 연구를 위해 전지 연구에 20억달러 지원을 밝혔으며 올해 부시정부는 플러그인 자동차 실험에 3천만달러를 투자합니다. 일본은 고연비, 친환경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연장했으며 호주는 기업들의 하이브리드카 투자금에 1/3을 보조금으로 지급할 계획입니다. 박성태 기자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성장을 지속해왔습니다. 지난 50년대 미국이 쓰다남은 드럼통을 펴 차를 만들었던 우리나라는 불과 50년만에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 됐습니다. 특히 최근 10년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지난 99년 3백만대가 채 안됐던(284만대)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는 해외공장을 포함해 거의 두배(524만대)가 됐습니다. 하나도 없던 해외공장은 5월 현재 9곳으로 늘어났고 2곳은 짓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세계 10위에 그쳤던 현대기아차의 세계 판매 순위는 6위로 올라섰습니다. 박홍재 상무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무엇보다도 지난 10년간 이뤄진 획기적인 성과가 있는데 이는 품질 향상이다 . 10년이란 단기간에 품질을 이렇게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린 경우는 세계 자동차 역사에 흔치 않아.. 그러나 현대차는 품질 경영을 통해 단기간에 품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놨다는 점은 분명히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한때 조롱받던 국산차의 품질은 세계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지난 2006년 현대차는 도요타를 제치고 JD파워의 품질조사에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올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컨슈머리포트가 최우수 추천 모델 10개중 현대차를 2개를 선정했습니다. 도요타에 이어 가장 많은 모델입니다. 품질 급상승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품질경영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2000년 품질 경영을 선포한 뒤 매달 두 차례 이상 직접 품질회의를 주재했고 틈만 나면 현장에 달려가 품질 제고를 독려했습니다. 품질 경영에 힘입어 한국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비즈니스위크 등 세계 언론들은 정몽구 회장을 주목했고 지난 2005년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정 회장을 존경받는 CEO 세계 42위에 올렸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근래에는 글로벌 경영과 브랜드 경영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중국에 공급이 많다보니 경쟁이 심한데요. 아무튼 시너지 효과가 잘 나도록.. ”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성장에는 세계가 놀랐지만 지금은 기로입니다. 선진 시장의 침체와 고유가 충격속에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친환경차 개발도 아직은 선진국 수준에 못미칩니다. 더욱이 현대자동차를 모델로 쫓아오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충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기찬 가톨릭대학 경영대학원장 “우리나라도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제품 경쟁력을 더 가져야 합니다.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최근 자동차업계는 2015년 세계 자동차 4강이라는 중장기 비전을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견인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업계는 자동차 세계 4강을 위해서는 업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하고 있습니다. WOW-TV NEWS 박성태입니다. 박성태기자 st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