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더가 못 되는 것은 자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나쁜 습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능률협회 주최로 열린 '리더십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로버트 호건 박사(호건어세스먼트시스템 대표ㆍ70)는 성격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통한다.

그는 "리더십은 성격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며 "호건 평가 시스템(HAS)을 적용하면 성격과 리더십 스타일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 몇 마디 인사말을 나눈 후 "숫기없는 성격이군요"라고 날카롭게 진단했다.

호건 박사의 이 같은 통찰력은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성격과 리더십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면서 얻어졌다고 한다.

평가 시스템이 자신에 대해 스스로 알고 있는 것보다 정확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호건 박사는 "내가 나를 아는 것은 의미가 없고,중요한 건 주위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객관적인 자신의 모습을 파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좋은 리더의 조건으로 성실성과 의사결정 능력,좋은 역할 모델,비전을 갖춘 사람을 꼽았다.

반면에 나쁜 리더의 특징 11가지도 열거했다.

이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면 △권위 남용형 △거만하고 자신감이 지나치게 넘치는 형 △윗사람에게 무조건 복종형이다.

"리더는 어떤 조직을 맡아도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맡고 있는 책임자이지 리더가 아닌 게 확실합니다.

부시가 이라크를 공격한 것은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증거죠.힐러리가 경선에서 오바마에게 밀리는 것도 성실성,판단력,비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호건 박사는 미국 정치인들을 예로 들며 거침없이 비판했다.

그는 30여년간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호건 평가 시스템을 개발,세계 최초로 산업계에 접목시켰다.

미국 포천지 선정 50대 기업이 이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델컴퓨터나 던킨 도넛,스타벅스 등에서 HAS 평가가 좋게 나온 사람을 매니저로 배치했더니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트레일러 회사에 적용했더니 사고율이 급감했다고 한다.

그는 성격 평가를 통해 엔론 사태 같은 비즈니스 스캔들도 예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호건 박사의 평가 시스템은 이달 초 ORP연구소(대표 이영석)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호건 박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힘세고 위험한 게 인간인데 왜 그들의 성격에 관심을 두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UC버클리에서 심리측정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툴사대 등에서 30년 넘게 강단에 섰다.

300편이 넘는 논문과 책을 냈으며,그가 편집을 맡은 '성격 심리학 핸드북'은 지금도 성격심리 분야의 바이블로 통한다.

한국 기업의 리더십에 대해 그는 "위계질서가 강해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유로운 사고나 혁신적인 생각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생각과 리더십을 키워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