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Private Banking)처럼 보험사들도 FP(Financial Planning) 또는 FA(Financial Advisor)를 내세워 부자 고객을 붙잡는 데 한창이다.

은행 PB만큼 활성화돼 있지는 않지만 거액 자산가를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걸고 있다.

◇ 잇따라 문 여는 FP.FA센터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다음달 17일 인천 송도 라마다호텔에서 검단과 영종도 등 인천 지역에서 토지 보상을 받은 고객들을 초청해 자산 관리 세미나를 연다.

다음달 24일에는 동탄 2지역, 평택 등 경기 지역 토지 보상 고객들을 초청해 용인.수원에서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세미나는 작년 12월 문을 연 수원FP센터가 주관한다.

세미나에서는 토지 보상의 절차와 사후 관리 시 유의할 점, 토지 보상금의 상속.증여 절세 전략, 금융자산 운영 방안 등이 소개된다.

수원FP센터는 이처럼 토지 보상금을 받을 사람들을 겨냥해 세워졌다.

경기도 일대 곳곳에서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졸지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토지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비과세 상품을 활용한 투자가 필요하고 상속이나 증여 전략도 필요하다고 보고 이런 수요를 채워줄 상담센터를 개설한 것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그 전에도 지역 영업 조직에서 이런 역할을 했지만 회사 차원에서 종합적.입체적으로 고객을 확보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서울 강남과 태평로, 대구, 부산, 대전, 광주에 이어 수원까지 모두 7개의 FP센터를 갖고 있다.

2002년 문을 연 강남점이 보험업계의 FP센터 1호다.

동양생명도 26일 서울 대치동 동부금융센터 안에 `동부FA센터'를 개설했다.

세무.부동산 전문 인력 20여명이 배치돼 VIP 고객을 상대로 차별화된 재무 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외국계 생명보험사 중 유일하게 FP센터를 운영 중인 메트라이프도 서울에 1곳 있던 FP센터를 최근 부산, 대구, 대전, 전주 등 지방으로 확대했다.

당장은 별도의 사무실까지는 마련하지 못하고 상담가만 파견한 형태지만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생명도 다음달 중 인천에 FA센터를 한 곳 더 늘려 서울 여의도와 강남,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 이어 모두 7곳으로 확충한다.

교보생명은 서울 광화문과 강남에 1곳씩 VIP 고객을 겨냥한 재무설계센터를 운영 중이다.

◇ 부자고객 선점하라

보험사들은 FP.FA센터가 부자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라고 말한다.

은행 PB처럼 상품이나 펀드를 파는 쪽보다는 재무 상담을 해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FA센터에서 상품을 판매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고객의 보험사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계약을 확보하는 것을 겨냥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 PB들은 재무 관리 전문가라기보다는 상품 판매에 급급한 편"이라며 "그러나 보험사 FP는 증권, 선물 등의 금융상품은 물론 부동산, 세무 등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자산 증식이나 자산의 상속.증여에 대해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해법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런 거액 자산가들은 연금 상품에 가입해도 수억원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는 사람들이다.

의외로 부자들도 종신보험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상속.증여에 따른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산 관리 컨설팅에 대해 수수료를 받는 시장이 열릴 것에 대비한 측면도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자산 운용 컨설팅에 대해 고액의 수수료를 받는데 언젠가 국내에도 이것이 허용될 때를 대비한 측면이 많다"며 "그때 부자 고객을 찾기 시작하면 이미 다 선점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