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의외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근 들어 중소기업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데다 가계대출도 증가 추세를 유지하는 등 신용위험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될 경우 부동산발 신용경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해 말 371조원에 달했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2004년 10조8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06년 58조7000억원,지난해 77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005년 말 1.5%에서 2006년 말 1.1%,2007년 말 1.0%로 떨어졌다가 올해 3월 말 1.3% 로 다시 높아졌다.

아직은 안정권이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물가 상승,내수 부진 등의 경제 여건 악화를 감안하면 연체율이 급작스럽게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부동산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부동산 부문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

미분양 주택은 3월 말 기준으로 13만가구를 돌파해 12년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장이 침체되면 PF가 줄어들어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2월 말 금융권 PF 대출 규모는 89조3000억원으로 올 들어 두 달 동안 2조2000억원 증가했다.

PF 대출의 연체율은 은행의 경우 0.67%로 낮지만 저축은행은 11.6%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PF와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건설사들의 자금 사정과 연체 상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때 충당금 추가 적립과 자본 확충 등을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대출은 연체율이 지난해 말 0.6%로 낮은 수준이지만 이자 지급 부담 때문에 소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특히 물가 상승까지 겹쳐 소비 감소와 내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4월 말 현재 370조8000억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6개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를 대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률을 조사한 결과 가처분 소득의 20% 정도를 빚 갚는 데 쓰고 있었다.

이 수치는 2005년 말 15.3%에서 2006년 말 19.3%,지난해 말 20.2%로 올랐다.

순저축률은 2004년 5.7%에서 지난해 2.3%로 떨어졌다.

연간소득 대비 이자지급액 비율도 2005년 말 10.2%에서 지난해 말 13.2%로 올랐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4년 말 1.27배,2005년 말 1.35배,2006년 말 1.43배,2007년 말 1.48배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강북 집값이 오르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4월 2조4000억원 증가해 2006년 12월(3조2000억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