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인지 돈달청(돈달라는 청)인지 모르겠다.'

김재호 조달청 차장이 27일 수뢰혐의로 전격 구속되자 이 같은 비아냥이 사방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조달청은 그동안 입만 떼면 '투명하고 청렴한 조달행정'을 외쳐왔다.

뿐만 아니라 각종 보도자료를 통해 "이제는 정말 깨끗하고 투명해졌다"며 자랑해 왔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부패 방지에 앞장서야 할 고위 간부가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또다시 드러나자 매우 곤혹스런 모습이다.

조달청 고위간부가 수뢰사건에 연루돼 물의를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달청은 이전에도 청장과 차장이 유사한 사건으로 구속되거나 옷을 벗은 적이 있다.

또한 국장급을 비롯한 간부들이 뇌물수수 등으로 징계를 받는 등 고위간부들의 대형 수뢰사건이 꼬리를 이어왔다.

이 같은 전근대적인 행태의 반복은 사명감을 갖고 깨끗한 조달행정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고 있는 대다수 직원들을 크게 낙담시키고 있다.

조달청은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대책회의다 뭐다 부산을 떨면서 마치 앵무새처럼 "직무감찰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등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손이 바쁜 전 직원은 물론 지방청장까지 한자리에 불러 모아놓고 '청렴다짐 결의대회'를 여는 것도 똑같이 되풀이되는 공식이다.

조달청의 한 직원은 "고위간부 수뢰사건이 터질 때마다 솔직히 조달청 직원이라는 사실이 창피할 정도"라며 "바쁜 사람들 한데 불러모아 '쇼'나 벌일 생각을 말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조달청이 환골탈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그때그때마다 미봉책에 불과한 '땜질하기 식' 대책으로는 결코 비리를 근절할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아무튼 이번 사건으로 조달청은 또다시 '양치기 소년'이 됐다.

잇따른 조달비리사건을 접한 국민은 이제 '깨끗하고 투명한 조달행정'이라는 구호를 믿지 않게 됐다.

조달 비리사건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백창현 사회부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