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는 올 하반기에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게 연구기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고유가와 엔화 강세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성장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달 말 '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당초 예상치 2.1%에서 크게 낮춘 수준이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대부분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으로선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다.

원자재 값 상승이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그나마 부진한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일본은행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1%로 내다봤다.

작년 10월 보고서의 예측치 0.4%에서 두 배으로 이상 높아졌다.

고유가로 특히 중소기업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오른 기름값을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지난해부터 경상이익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

투자는 엄두도 못 내 지난 3분기 연속 중소기업 설비 투자는 감소세다.

엔고도 무시할 수 없는 악재다.

엔화가치는 작년 한 해 동안 달러당 120엔 선을 오르내리는 약세를 지속했다.

일본 경제가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을 유지한 배경 중 하나다.

그러던 엔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당 100엔대로 상승(환율은 하락)했다.

노무라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엔화 환율이 달러당 1엔 내릴 때마다 일본 주요 347개사의 경상이익은 0.5%씩 감소한다.

실제로 올해 일본 기업들의 이익 규모는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상장 기업의 내년 3월 말 결산 예상치를 집계한 결과 경상이익은 전년 대비 6.5%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기업들이 전년도에 비해 낮은 이익전망치를 내놓기는 정보기술(IT) 버블이 붕괴됐던 2002년 3월 말 결산 이후 7년 만이다.

일본 경제의 희망이라면 신흥국에 대한 수출 증대다.

고유가와 엔고로 채산성이 나빠지고 있으나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 경기 둔화로 위축될 수 있는 일본의 수출을 신흥국들이 벌충해주고 있다.

고바야시 다츠오 일본경제연구센터 주임연구원은 "신흥국들이 경제성장으로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을 늘리면서 일본이 수출 증가라는 혜택을 보고 있다"며 "당분간 내수 확대를 기대하기 힘든 일본으로선 신흥국 수출이 유일한 경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