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최근의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국민과의 의사 소통이 부족했다는 점을 정중히 사과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에 지지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진 시점에서 취한 적절한 조치였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후 행보를 보면 국가와 기업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앞으로도 유사한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랫동안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때문인지 이 대통령은 자신을 한국의 CEO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구체적인 목적을 가지고 설립되는 조직이다.

또 학교는 교육과 연구를 위해,병원은 질병 치료를 위해 설립되는 조직이다.

조직에서의 자원 배분은 분권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시장과는 달리 명령과 통제이며,이를 최종적으로 관장하는 사람이 조직의 장(長)인 CEO이다.

그런 점에서 조직은 경영의 대상이다.

반면에 각양각색의 수많은 개인들이 모여 사는 국가의 목적은 매우 추상적이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는 말은 추상적인 국가의 목적을 잘 표현하는 것이다.

민안(民安)만 하더라도 각자가 생각하는 민안이 다르고 이를 달성하고 누리는 방법도 다르다.

인생관,가치관,습관,그리고 취미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국가는 경영의 대상이 아니다.

한 나라의 수장(首長)인 대통령이 해야 할 일과 기업의 CEO가 해야 할 일이 판이하게 다른 이유다.

국가가 경영의 대상이 아닌 만큼 명령과 통제 방식은 국정 운용의 기본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담화에서 표현했듯이 지금까지 국민과의 소통 부족은 바로 기업의 CEO가 하는 것처럼 상의하달(上意下達)식 조직 운영을 국가에도 그대로 적용하려는 오류에서 연유한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각종 규제 혁파와 공기업 민영화 등을 천명하고 있어 일견 시장경제를 지향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물가 관리나 특정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려는 의지를 보면 일관되게 시장경제를 추구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진정으로 시장경제를 실천하려면 국방이나 치안 등 국민들의 안위를 보호하는 일과 사회간접자본의 효과적 공급 등을 제외하고는 개인의 자율과 책임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경제학자들도 다 알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요인들이 경제 성장률에 영향을 끼친다.

신정부 출범과 함께 해외발(發) 공급 충격에 직면한 한국경제가 7%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무리이며,이에 대한 마땅한 정책 수단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은 국민들도 다 안다.

현재로서는 경제가 너무 깊은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방어적 정책을 취하며 상황 호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성장률에 집착해 원칙과 철학이 빈약한 실용에만 의존한다면 경제는 더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또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해야 할 일이라면 어떻게 할지를 먼저 성찰하고 충실하게 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큰 틀에서는 확실한 원칙과 철학에 기초하되,국가 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아닌 한,견해가 다른 사람들의 주장은 물론 정서도 살피고 때로는 타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한 국가에는 각양각색의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사회 현안을 기업의 CEO처럼 해결하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자율과 책임이라는 원칙에 기초한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추락한 지지율도 회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