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1.4분기 가계수지 동향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득 증가 속도에 비해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악화되면서 소득 양극화 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물가급등에 실질소득 1.2% 증가
올해 1.4분기 2인 이상 전국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가구당 341만5천원으로 작년동기에 비해 5.0% 늘었으나 물가 급등에 따라 실질소득은 1.2% 증가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4분기의 소득 증가율 6.2%, 실질소득 증가율 4.0%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소득 형태별로는 근로소득이 7.2% 늘었으나 작년 1.4분기의 증가율(7.9%)보다 둔화됐다.

사업소득은 서비스업 활동이 개선됨에 따라 1.7% 증가해 지난해 4.4분기의 1.2% 감소에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재산소득은 2.3% 감소했으며 이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이자소득(-7.0%)과 배당소득(-37.2%)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월소득 5분위별로는 저소득층(1분위, 4.6%)과 고소득층(5분위, 4.7%)의 소득증가율이 중산층(2~4분위, 5.2~5.7%)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저소득층의 부진은 임시.일용직의 고용이 계속 줄어들면서 근로소득이 2.4%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며 고소득층은 재산소득(-20.7%)과 이전소득(-24.8%)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가구주별로는 임금근로자가 가구주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390만8천원으로 근로자가 아닌 가구(277만7천원)에 비해 40% 많았다.

근로자가구는 근로소득의 비중이 85%를 차지한 반면 근로자외 가구는 사업소득(49.8%)과 이전소득(14.5%)이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가구원의 수와 소득도 비례관계를 보였다.

2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40만7천원인 반면 5인 가구는 413만7천원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 가구의 소득이 383만4천원으로 가장 많았고 60세 이상 가구는 212만3천원으로 가장 적었다.

◇ 고유가에 광열수도.교통비 부담 증가
올해 1.4분기 전국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가구당 241만9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 실질로는 1.5%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1.4분기(4.2%)나 4.4분기(1.6%)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항목별로 보면 유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연료비.전기료 등 광열.수도비 지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14.6% 늘어났고, 교양오락비(7.7%), 교육비(6.7%) 등도 큰 폭 증가했다.

반면 주거비(-5.0%), 가구가사비(-2.5%), 통신비(-1.5%) 부담은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광열수도비의 경우 연료(16.6%), 전기료(12.7%) 지출이 큰 폭 늘어나면서 가계에 부담을 줬고, 교육비는 학원 및 개인교습비 지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2.1% 증가했다.

교통통신비는 이동전화료, 인터넷이용료 등 통신비 지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5% 감소했지만 승용차 구입비, 연료비 등을 포함하는 개인교통비 지출은 고유가 영향으로 같은 기간 10.8% 늘어났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근로자가구가 258만1천원으로 근로자외가구(221만원)에 비해 더 많았고, 가구원수가 많을수록 커져 2인가구의 지출이 165만6천원인 반면 5인가구는 304만원으로 집계됐다.

가구주연령별로는 40대가구가 284만2천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가구원수(3.69명)가 다른 연령대 가구에 비해 많은데다 교육비 비중도 다른 연령대 가구에 비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소득분위별로는 하위분위일수록 필수적 지출인 식료품, 주거, 광열수도 등의 비중이 높았고 상위분위는 선택적 지출인 교육, 교약오락, 잡비 등의 비중이 컸다.

조세.사회보험료 지출 부담이 늘어나면서 올해 1.4분기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45만8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6% 늘어났다.

소득세.재산세.자동차세 등을 포함하는 조세 부담은 지난해 1.4분기 7만5천에서 올해 1.4분기 8만5천원으로 13.1% 수직 상승했고, 사회보험료 지출 역시 같은 기간 6만5천원에서 7만1천원으로 9.4% 증가했다.

비소비지출 중 48.5%를 차지하는 기타비소비지출은 교육비 및 생활비 송금 등이 늘어나면서 16.6% 증가했다.

◇ 전국가구 소득분배 소폭 악화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이 하위 20% 가구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4분기 8.40배에서 올해 1.4분기 8.41배로 소폭 나빠지면서 가계수지 통계작성이 전국가구로 확대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았다.

1.4분기 기준 전국가구의 소득 5분위 배율은 2003년 7.81배에서 2004년 7.75배로 개선됐다가 2005년 8.22배, 2006년 8.36배, 2007년 8.40배, 2008년 8.41배 등으로 악화되고 있다.

1.4분기 전국가구의 월평균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53만8천원으로 지난해 1.4분기(54만7천원)에 비해 1.6% 감소했고, 흑자율(흑자액/처분가능소득) 역시 같은 기간 19.2%에서 18.2%로 1.0%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고유가와 고원자재가 등으로 소비지출 중 꼭 써야하는 식료품.광열수도비 지출 부담이 큰 폭 늘어나고 세금.사회보험료가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득 1분위는 처분가능소득(77만1천원)보다 소비지출(121만6천원)이 많아 월평균 44만4천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2분위의 흑자액도 8천원에 불과했다.

3분위의 흑자액은 월평균 22만6천원이었고, 4분위는 69만9천원, 5분위 220만2천원 등으로 집계됐다.

재정부 관계자는 "소득증가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으로 인해 가계지출 부담이 증가한 것이 흑자액 및 흑자율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전국가구의 소득분배는 소폭 악화됐지만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4분기 5.95배에서 올해 1.4분기 5.72배로 소폭 개선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박대한 기자 justdust@yna.co.kr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