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중연 <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 jyhwang@kisa.or.kr >

미얀마에서 선교 활동 중인 한 선교사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암흑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바로 눈앞에서 주검으로 발견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담하고 처참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자연 앞에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의 한계와 무력감을 절감하게 된다.

미얀마를 덮친 태풍과 중국 쓰촨성의 지진은 한순간에 수십만 명의 목숨과 생명의 터전을 앗아갔다.

운 좋게 살아 남았다 하더라도 집과 가족을 잃고 고향을 떠나야 할 처지가 됐다.

순식간에 고향과 집과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무엇으로 위로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이처럼 선택의 여지도 없는 위험에 노출된 채 무력하게 살아가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거대한 사이클론이 접근하고 있다는 인도 기상국으로부터의 경고를 무시하고 주민 대피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 재해를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하나의 사례다.

첨단 기술 덕에 우리는 겉으로는 안락하고 편리한 유비쿼터스 사회를 살고 있다.

하지만 유비쿼터스 사회는 스스로 이룩한 그 기술에 의해 큰 위협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유비쿼터스 사회를 한순간에 붕괴시킬 수 있는 웜 바이러스,해킹 등 다양한 사이버 침해 사고가 그것이다.

이 재앙은 자연 재해만큼 무섭게 첨단 사회 이면에 둥지를 틀고 있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해킹이나 바이러스로도 한 사회와 국가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물론 파괴,고립시킬 수 있다.

교통,금융,통신,가스 등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유비쿼터스 사회이기에 오히려 그 위험성은 증가하고 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자연 재해가 붕괴시키는 고향보다도 훨씬 더 확장된 국가와 사회라는 공간의 붕괴를 지켜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자연 재해는 사전에 치밀한 대응 계획을 세우고 미리 대비하면 그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사이버 재난도 평소 정보 보호를 실천한다면 미연에 방지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차에 타면 안전띠부터 매듯,인터넷을 이용할 때는 보안 패치를 실행하고 백신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한다.

현대 사회를 '위험 사회'로 규정 짓는 학자도 있다.

일상적 위험이 만연한 사회,재난과 관련된 파국성을 일상생활 안에 안고 살아가는 사회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언제 터져 버릴지 모르는 커다란 위험에 직면해 있다.

특히 우리가 만든 첨단 유비쿼터스 사회는 더욱 그러하다.

사이버 제방을 쌓는 일은 그래서 더 시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