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청두시 자오지상루 중의대병원.

대지진 발생 9일째인 20일 이곳은 병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지진으로 환자 수가 급속히 늘어난 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전날 저녁 초강력 여진 예보가 날아들면서 고층 입원실의 환자들이 아래층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접수 창구 앞이나 식당도 병실 침대가 점령했으며,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링거를 맞는 환자도 눈에 띄었다.

환자들만 머물 곳이 마땅치 않은 게 아니다.

이날 현재 사망자 수가 4만명을 넘어서고 주택 540만채가 붕괴되면서 살 곳을 잃은 이재민을 위한 수용소도 태부족이다.

원촨 칭촨 베이촨 등 피해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댐 붕괴 위험에다 전염병 확산 우려 또한 높아지자 중국 당국은 1200만명에 이르는 이재민을 공공광장 등으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 두장옌에 있던 천막촌은 일제히 청두시 외곽으로 옮겼다.

피해지역에 28만개의 텐트를 공수하고 70만개를 추가로 제작 중이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중국 당국은 돈보다는 텐트와 약품을 먼저 원조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임시 수용소가 차려진 멘양시 구저우 체육관은 지진 현장보다 더 참혹했다.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화장실 입구까지 사람들이 들어찼다.

텅저우 시청 앞에 마련된 구호자원자 모집센터의 한 의료봉사자는 "엄청난 충격을 당한 뒤 일정시간이 지나면 정신적 질환을 앓게 된다"며 "이재민들에 대한 종합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지난 18일 지진피해 지역의 많은 주민들이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장애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위생국은 생존자들의 정신장애 치료를 위해 20명 이상의 전문가로 구성한 팀을 청두 지역에 급파했다.

한국도 의료지원팀을 보내기로 하고 중국 당국과 협상 중이다.

강력한 여진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공포는 가시지 않고 있다.

진도 6~7의 강력한 여진이 발생할 것이란 예보는 지난밤 청두시를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수십만명이 거리에서 밤을 지샜다.

쓰촨성과 이웃한 구이저우성에서는 개구리와 두꺼비들이 떼지어 이동하자 주민들이 또다시 강진이 닥칠 징조라며 불안에 떨었다.

실제 1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핑우현에선 이날 새벽 1시52분께 리히터 규모 5.0의 여진이 발생했다.

진앙지인 원촨지역에서도 6.0 이상의 여진이 일어났으나 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최소 5000억위안(7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피해를 단기간 내에 복구하고 1000만명이라는 이재민을 효율적으로 돌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쓰촨성 일대는 지진으로 생긴 홍수,이어지는 여진,그리고 전염병 공포 속에서 극도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청두=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