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공기업 기관장 인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일각에서 경영 공백을 우려해 기관장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지만,청와대는 여러 여건상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우선 전문성뿐만 아니라 도덕성 검증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내각 및 청와대 참모 인사 때 이른바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렀던 만큼,공기업 인사는 제대로 검증하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8일 "공기업 기관장 선임 때 전문성도 따지지만,도덕성 문제에서 더 이상 시비가 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게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 총재의 경우 "민영화의 상징일 정도로 굉장히 중요한 자리"라며 "전문성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지만,검증 문제로 인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인사 지연의 또 하나의 이유로 '구조적인 문제'를 꼽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 공기업의 인사추천위원회에 과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돼 있는 사외이사들은 상당수가 참여정부 때 임명됐는데,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며 저항하고 있어 제대로 인사가 이뤄지기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들이 '자기 사람'들을 공모케 하고 뜻이 다른 사람들은 배제시키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인사가 난항이라고 하는데,한꺼풀 벗겨 보면 이런 애로 사항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론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공모 상황을 언론에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론전'을 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검증을 비롯 제대로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말해 공기업 기관장 인선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임을 예고했다.

참여정부 시절 이른바 '코드 인사'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공공기관장 선임 절차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것도 인사가 늦어지는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어차피 뽑을 사람을 정해놓고도 '요식 절차'를 거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현행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의 최고경영자(CEO)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최종인사권자까지 가기 전에 임원추천위원회(4~5배수 압축),공공기관운영위원회(3배수 압축) 등을 각각 거쳐야 한다.

2~3주간의 후보자 공모기간까지 감안할 경우 기관장 임명에만 두세 달이 너끈히 걸린다는 얘기다.

홍영식/차기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