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법정관리 기업의 빠른 회생을 돕기 위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의 개정을 추진한다.

18일 법무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통합도산법 제정 이후 그동안 기업들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온 '신규지원자금 선순위 담보권' 등 관련 제도 도입을 위한 의견 조회서를 대법원 등 관련 기관에 발송,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중소기업청에서 통합도산법에 '신규지원자금 선순위 담보권' 등을 도입해 달라는 건의를 해와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며 "통합도산법이 기업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방식으로 개정되도록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발송한 의견조회서에 따르면 이번 개정 작업에서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방안은 간이파산제도 확대 등 총 7가지.이 중 '신규지원자금 선순위 담보권' 조항과 '자동중지제도(Automatic Stay)' 등은 재계가 "법정관리 중인 기업 회생을 위해 필요하다"며 관련 규정의 도입을 적극 요청해왔다.

'신규지원자금 선순위 담보권'은 회생 절차에 들어간 기업에 대출을 새로 해줬을 경우 현재 담보권자의 순위에 상관없이 1순위 담보권을 주는 제도.현행법은 선순위 담보권을 인정하지 않아 기업들이 회생 절차에 들어갔어도 금융회사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길이 사실상 없어 회생 절차를 마치지 못하고 파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당 기업의 재산은 이미 기존 채권자들이 담보권을 설정해 놨기 때문에 금융회사로서는 새로 돈을 빌려줘 봤자 떼일 가능성이 높아 대출을 안 해준 것.

통합도산법 전문가인 김형두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장은 "신규 자금을 지원했어도 망하는 기업이 생기면 기존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입히게 되고 우리나라 민법에서 규정하는 담보권 체계와 다르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신규 자금이 지원돼 기업이 살아나면 모든 채권자들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도입의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자동중지제도'는 파산과 회생 절차를 신청함과 동시에 모든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자동적으로 중지되는 제도다.

현행법에 따르면 파산 및 회생 절차를 신청했어도 채권자들이 기업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별도로 '보전처분'신청을 법원에 내야 했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1주일 이상 걸리는 데다 기각될 때도 있어 채권자들이 그 사이에 해당 기업을 집중 압박,임의변제를 요구해 기업의 회생을 어렵게 했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임치용 변호사는 "채무자들이 빚을 갚지 않고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나 시급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빠르게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우선순위 채권자부터 전부 다 빚을 갚은 후 다음 순위 채권자의 돈을 변제하게 하는 '절대우선원칙',기업회생과 파산의 신청 절차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오수근 이화여대 교수(법학과)는 "통합도산법이 기업들이 이용하기 쉽도록 개정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통합도산법 제정 당시에 도입이 추진됐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유보됐던 조항들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