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이 발생한 지 7일째인 18일 중국 쓰촨성은 여전히 공포 분위기다.

이날 진도 6.1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지진이 만든 '토사 댐(언색호.堰塞湖)'들의 붕괴도 시작되는 등 위험이 커지고 있다.

중국 지진국은 지난 12일 강타한 강진의 진도를 리히터 규모 7.8에서 8.0으로 수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난 17일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청두 지역에 내렸고 댐 붕괴 조짐으로 베이촨 등지에선 구조 작업을 벌이던 인민해방군까지 긴급 대피해야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식수 부족, 부적절한 쓰레기 처리, 수용소의 열악한 환경 등이 겹친 지진 피해 지역에서 대규모 질병이 창궐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촨현에서 북쪽으로 3㎞ 위 지점엔 이번 지진으로 축구장 30개를 합해 놓은 규모의 거대 저수지가 생겼다.

지진으로 흘러 내린 흙과 바위가 만들어 낸 토사 댐이다.

원촨에서 250㎞ 떨어진 칭촨에도 5개의 토사 저수지가 만들어지는 등 쓰촨에는 지진 후 모두 18개 대형 저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토사 댐 붕괴 위험도 커졌다.

실제 칭촨현에 만들어진 토사 댐이 18일 새벽 자연 붕괴를 시작하면서 주민 3만명이 긴급 대피했다.

인공 댐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쓰촨성에 있는 6000여개 댐 중 803개에서 물이 새고 있다.

수해에 노출되지 않은 지역도 2차 재앙이 닥치고 있다.

청두에서 동쪽으로 100㎞ 떨어진 스팡시 잉화전에선 화학약품 냄새가 하늘을 찔렀다.

코를 막고 5㎞ 정도 걸어 올라간 산길엔 산산이 부서진 집의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든 화학약품 냄새는 산 맞은편에 위치한 쓰촨화비란 암모니아 비료 공장에서 나온 것이다.

46만㎡(약 14만평) 규모의 이 공장에선 지진이 발생한 지난 12일 암모니아가 유출됐다.

이곳에서 일하던 임시직을 포함한 종업원 4000여명 중 상당수는 매몰된 상태다.

공장 주변은 참혹했다.

풀은 녹색을 잃고 노란색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길은 소독약으로 눈이 내린 듯했고 그 위로 붉은 색 물이 흐르고 있었다.

한국 중앙119구조대는 중국 정부의 요청으로 이곳에 급파됐다.

백근흠 현장 지휘팀장은 "암모니아 가스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가스"라며 "중국의 재난구조팀도 접근을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스팡시는 사망자 5000명과 3만명이 넘는 실종자를 냈다.

다행히 쓰촨성 지역에 많은 비밀 핵시설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피해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중국 환경보호부 산하 핵.방사능안전중심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전 직원에게 비상 경계령을 발동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을 대지진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도 이기간 동안 중지된다고 국영 CCTV가 전했다.

한편 달라이 라마는 영국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구호기금에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청두.스팡=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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