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 <경희대 교수·경제학>


올해 5월은 참 잔인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다니.5월 초에 사이클론이 미얀마를 휩쓸고 가더니 지난주에는 중국의 쓰촨성 지진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미얀마에서 공식적으로 4만명 이상의 실종자와 약 1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중국에서는 사망자가 1만8000명,그리고 매몰돼 있거나 실종된 사람이 8만명에 이른다는 보도다.

마음 아픈 일이다.

지진,해일,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피할 수 없는 일로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으며 미국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도 140여명의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 피해를 냈던 2003년 태풍 매미를 비롯해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미국 역시 2005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휩쓸고 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1만3000명이 사망하고 700여명이 실종됐으며,매년 허리케인과 토네이도로 고통을 겪는다.

우리는 자연재해를 피할 수는 없지만 그것의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동일한 자연재해에 대해서 잘사는 나라일수록 피해가 적고,못 사는 나라일수록 피해가 크다는 점이다.

이번 중국 쓰촨성의 지진은 강도가 7.8로서 1995년에 발생한 강도 7.2의 일본 고베 지진보다는 다소 강한 것이었지만,5500명의 사망자와 3700명의 부상자를 냈던 일본의 경우에 비해 그 피해 규모가 훨씬 크다.

그리고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비교해 보면 미얀마의 피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크다.

잘사는 나라의 사람이나 못사는 나라의 사람이나 인명은 모두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

잘사는 나라의 사람이라고 해서 인명이 더 소중하고 못사는 나라의 사람이라고 해서 인명이 덜 소중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인명을 보호하는 장치가 국가마다 다를 뿐이다.

자원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우리 인간은 우선순위를 정해 가장 긴급한 것부터 처리하려고 한다.

인간에게 가장 긴급한 것은 생존을 위한 먹고 사는 문제다.

그 문제가 해결되면 그 다음 보다 더 풍요롭고 질 높은 생활을 원한다.

못사는 나라에서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그곳에 필요한 자원이 먼저 쓰인다.

자연히 인명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우선순위가 떨어지고 그에 대한 장치가 잘 마련되지 못한다.

반면 잘사는 나라에서는 먹고 사는 것이 더 이상의 긴급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 풍요롭고 질 높은 생활을 선택하려 하며,그에 따라 인명을 보호하는 장치가 많이 마련된다.

사실 필자가 있는 이곳 미국의 중서부 오하이오 주에도 지난 주말 토네이도가 지나갔다.

국가기상센터(NWS)가 토네이도를 발견한 즉시 주정부에 지시를 보내 피해가능 지역에 토네이도 경보가 발령됐다.

다행히 커다란 피해가 없었다.

그러나 주의보 없이 경보로 바로 간 과정에서부터 무엇이 개선돼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 한 주 내내 저녁뉴스 시간이 시끄럽다.

이러한 관심과 장치 때문에 잘사는 나라에서 자연재해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발전이다.

경제가 발전해야 생명이 존중되고 인명 피해가 줄고 귀중한 생명이 보호된다.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자연재해에 대비해 많은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의 경제는 더욱 발전해야 한다.

중국과 미얀마의 사망자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표하고 이재민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하루빨리 경제발전을 이루기 바란다.

그러면 많은 소중한 생명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