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박인 안웨장호는 지난달 소총과 탄약 등 무기를 가득 싣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항에 입항했다 적발됐다.

부정선거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짐바브웨로 향하던 배였다.

남아공 법원은 화물이 짐바브웨에 인도되는 것을 금지했고 안웨장호는 결국 중국으로 회항해야 했다.

남아공의 한국 교민들은 "중국이 우라늄,크롬 등 광물자원을 얻기 위해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뒤를 봐준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요즘 아프리카에선 '중국화(Chinafication)'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중국이 자원 확보를 위해 부패 정권과도 손 잡고 아프리카를 식민지화 하고 있다는 뜻.아프리카에서 중국의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일본,인도,러시아 등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고개 드는 '중국 혐오론'

종교적 이유로 시작된 수단 다르푸르 사태는 3만명 이상 사망자와 120만명의 난민을 낳았다.

중국은 자국민을 탄압하는 수단 정부에 자원개발 명목으로 수십억달러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태로 아프리카 내 반(反)중국 정서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는 중국인 습격 사태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에티오피아 동부 오가단 유전 지대에선 무장세력의 습격을 받은 중국 석유탐사국 소속 근로자 9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1월과 3월 나이지리아에서도 석유개발 노동자와 통신사 직원 등 중국인 16명이 납치됐다.

주 남아공 한국대사관의 권용규 참사관은 "중국 공상은행이 지난해 남아공 최대 은행인 스탠더드뱅크 지분 20%를 56억달러에 인수하자 중국이 자원뿐 아니라 금융 등 아프리카의 모든 경제 분야에 침투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원조에 환호했던 아프리카인들이 이젠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새 강자로 등장한 인도ㆍ일본

중국이 주춤거리는 사이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나라가 인도다.

인도ㆍ아프리카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200억달러로 전년 대비 180% 급증했다.

인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달 아프리카 14개국 정상을 뉴델리로 초청해 '인도ㆍ아프리카 정상회의'까지 열었다.

인도양을 사이에 둔 지리적 근접성과 역사적 유사성(영국 식민통치 경험)을 내세우면서,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의 상권 50% 이상을 쥔 아프리카 내 인도인들까지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기술 이전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며 중국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인도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CII는 아프리카에 5대 성장엔진(제약ㆍ의료,정보기술(IT),수처리ㆍ관리,식품가공,교육)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곡물가격 급등으로 식량위기를 맞은 아프리카에 1억달러를 긴급 지원키로 결정했다.

이 돈은 다음 달부터 8월까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식량난이 심각한 수단 우간다 등에 지원된다.

일본은 또 천연자원이 풍부한 가나 앙골라 나이지리아 등 3개국에 대규모 엔화 차관을 공여키로 했다.

아프리카 전체 53개국 중 절반 가까운 24개국에 차관을 퍼붓는 셈이다.

◆한국형 모델 절실

현지 전문가들은 그동안 아프리카 진출의 교과서처럼 여겨졌던 중국 방식이 한국에는 맞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국가가 곧 하나의 거대 기업인 중국은 손익이나 리스크에 관계없이 유전ㆍ광산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규모 차관을 내세운 일본 모델 역시 한국이 대대적인 원조를 쏟아붓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본받을 만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반면 인도는 현지에서 IT 교육,의료서비스 등 큰돈 안 들이고 효과적인 자원외교를 펴고 있다는 평가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있으므로 한국에 강점이 있는 ITㆍ건설 분야에 집중하거나 현지 공무원들을 초청 연수시키는 게 효과적이란 분석이다.

마다가스카르 에너지산업공사(OMNIS)의 조엘리 라라하리사이나 사장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의 고속성장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싶어한다"며 "도로,항만 건설에 한국 기업들이 많이 참여한다면 자원 개발에 한국이 우선 순위를 가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영수 KOTRA 남아공무역관장도 "아프리카 국가들도 경제개발에 관심이 커 그냥 물고기를 얻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고 싶어한다"며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요하네스버그ㆍ프리토리아(남아공)=오형규 생활경제부장(팀장),현승윤 경제부 차장,박수진(정치부),이정호ㆍ장창민(산업부),이태훈(경제부),김유미(국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