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의 별명은 '용각산'이다.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엔 국정에서 한 총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그런 한 총리가 중앙아시아 4개국 자원외교 순방에서 소리를 내고 있다.

한 총리는 지난 14일 저녁 카자흐스탄의 신행정수도 아스타나의 한국식당 '코리안 하우스'에서 열린 수행 경제인,기자단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통상적인 인사말을 한 후 다시 마이크를 잡고 "나도 건배사를 한번 해야겠다.

수행원 여러분과 기자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건배"라고 외쳤다.

'건배'라는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만찬 참석자들이 모두 깜짝 놀랐을 정도였다.

한 총리의 기분은 한마디로 '업' 돼 있는 상태였다.

한 총리는 이후 100여명에 달하는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보드카를 따라주며 사진을 같이 찍는 등 한껏 만찬을 즐겼다.

한 총리가 이날 이렇게 기분을 냈던 이유는 간단하다.

그 어렵다던 잠빌광구 지분 인수도 계약을 '자신의 힘'으로 끝냈기 때문이다.

9박10일의 중앙아 순방일정 중 단연 하이라이트였다.

이 거래에 처음부터 관여했던 한 기업인은 "믿을 수 없는 딜을 한 총리가 해냈다.

나도 딜하면 한 딜하는 사람인데 한 총리에게 한 수 배웠다"고 말했다.

권종락 외교부 제 1차관은 중간에 마이크를 스스로 잡고 "한 총리님과 오래 전부터 함께 일했는데 정말 존경스럽다.

이번 일은 정말 배짱외교라 할 만하다.

정말 대단하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경제인들과 수행 공무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잠빌광구 성사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이미 합의한 내용에서 한 푼도 더 줄 수 없다"고 처음부터 밀고 들어간 한 총리의 배짱과 한국을 이번에 홀대하면 큰일나겠다는 카자흐스탄 지도부의 판단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절묘한 시점에 용각산 총리의 배짱 외교가 빛을 발하게 된 셈이다.

한 총리는 이날 "저는 내일 들어가는 투르크메니스탄이 이번 '순방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땅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서도 잘해 봅시다"라고 의욕을 불태웠다.

아스타나ㆍ알마티(카자흐스탄)=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