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호재에 코스피 지수가 상승폭을 한껏 늘리고 있다.

간밤 국제유가는 미국의 원유재고가 늘었다는 소식에 비교적 크게 떨어졌고, 뉴욕 증시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안도감에 상승했다.

13일 눈치를 보며 에너지를 비축했던 국내 증시는 이같은 소식에 급등세로 화답하며 단숨에 1870선을 넘어서고 있다.

불안한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탄탄한 하방 경직성과 함께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존재하고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추가 상승에 대한 믿음에는 변함이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15일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해외 증시들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프로그램 매물이 줄고 있어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함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술주들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1900선 돌파도 가능해 보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사흘 연속 상승하며 다시 한번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3월 중순까지만 해도 50만원대 후반에 머물렀던 주가는 어느새 75만원대로 껑충 뛰어 올랐다. 두달여만에 기록한 상승률이 무려 37%에 이른다.

LG전자도 연일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LG디스플레이와 하이닉스 등 다른 기술주들도 고공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개별 종목들의 선전에 힘입어 이미 30% 가까이 오른 전기전자업종은 전고점을 넘어서며 향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천덕꾸러기였던 IT주들이 그간의 설움을 깨끗이 날려버리며 큰 형님으로서의 위상을 되찾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주들도 힘을 내면서 시장의 분위기를 데우고 있다.

3월 이후 반등 국면을 이끌어왔던 대형주들이 체력 소진으로 다소 주춤대고 있는 사이 중소형주들이 약진하면서 힘을 보태는 형국이다.

당분간 오락가락하는 프로그램 매매에 영향을 받기 쉬운 대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소형주들의 선전은 불안한 투심을 달래줄 수 있는 부분이다.

중소형주로의 매기 이전이 현 지수대에 대한 부담감의 표출일 수도 있지만, 대형주와 중소형주간 선순환 사이클이 나타날 경우 지수가 단계적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하다.

대신증권은 전날 하반기 코스피 지수 전망치를 2300P로 제시하면서, IT와 함께 정부의 금융산업 육성 기대감이 작용할 금융과 재평가가 가능한 산업재 업종 모두가 지수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소외 업종들의 키맞추기가 마무리되고 나면 다시 성장주들의 질주가 시작돼 시장 전체의 고른 상승세를 이끌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에서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불안한 감이 없지 않지만, 믿음이 있는 투자자라면 길게보고 좀 더 느긋한 마음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