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무 <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cmryu@kita.net >

내가 일하고 있는 무역센터,특히 코엑스몰은 365일 젊은이들로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다.

매일 돈으로도 사지 못할 젊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얼마 전 코엑스몰에 영화를 보러 온 듯한 여대생 서너 명의 대화를 엿들을 기회가 있었다.

"어떡해~,벌써 졸업반이야.우리 완전 노땅됐다." 졸업반이라고 해 봤자 기껏 스물 서넛일 텐데 늙었다니 웬 막말인가 싶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바라봤더니 주름 하나 없는 뽀얀 얼굴에 훤칠한 키,생기발랄한 옷차림까지 그야말로 찬란한 젊음을 머금고 있었다.

'천금이 손 안에 있건만 그것을 알지 못하는구나'란 생각이 절로 났다.우보(牛步) 민태원은 '청춘 예찬'이란 수필에서 청춘을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라고 표현했다.인생의 황금 시대이며 '이상(理想)의 보배를 능히 품는 시기'라고도 했다.이렇게 듣기만 해도 설레는 청춘의 절정에 본인들이 있음을 깨닫지 못하는 그 젊은이들이 어찌나 안타까운지….

하긴 TV를 틀면 들리는 것은 10대 가수들의 댄스 음악이 8할이고,드라마는 20대의 사랑 이야기뿐이다.

회사에서는 40줄만 돼도 슬슬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고 있으니 창창한 젊은 아가씨의 입에서 "나 늙었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젊은 시절 '이제 늙었네'란 생각을 수없이 했던 것 같다.20,30대의 외적 젊음을 잃는다는 것이 두려워서였는지 몰라도,불혹이 지나고 하늘의 명을 안다는 50세가 되면 인생은 더 이상 즐거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무미건조한 것이 되리란 비관적인 생각을 해 본 적이 잠깐이지만 있다.

50대 후반을 달리는 지금에 와서 나는 오히려 나의 청춘,나의 봄날은 여전하다고 믿고 있다.젊음과 늙음의 구분이 나이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열정에 좌우되며,내 속에는 아직도 20,30대와 견줄 만한 열정이 살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오히려 과거의 경험에서 나오는 연륜을 토대로 미래를 좀 더 정확히 예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50줄인 지금이 인생의 절정기가 아닌가 싶다.

청춘은 젊은이들만 누리는 게 아니다.뛰는 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우리 어머님들에게도,불철주야 일터에서 땀 흘리는 가장들에게도 청춘은 있다.좀 더 나은 삶에 대한 열정이 있고 미래에 대한 이상을 품고 있는 한 각기 다른 색깔이지만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