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 무효화 총력..정국경색 불가피할 수도"

쇠고기 재협상을 관철시키려는 야권의 압박 드라이브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을 `추인'하는 15일 장관 고시를 앞두고 전방위적 대응수단을 강구해온 통합민주당은 11일 쇠고기 협상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처리를 연계하는 고강도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여당이 쇠고기 재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17대 국회 원내1당으로서의 `수적 우위'를 이용해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물론 쇠고기 협상과 관계없이 민주당 내에서 FTA 비준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이 공개적으로 연계전략을 천명하고 나온 것은 그 자체로 상징적 의미가 커 보인다.

그간 외교상 문제와 내부 시각차를 이유로 두 사안의 연계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던 민주당이 현 정권의 임기초 역점과제인 한미 FTA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쇠고기 재협상을 반드시 관철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도 적극적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야권은 13일 열리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한미 FTA 청문회를 사실상 제2의 `쇠고기 청문회'로 탈바꿈시켜 재협상론을 공론화해나가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15일 장관 고시를 무효화하려는 야권의 공동대응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국민 여론전과 병행해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위헌심판 청구, 재협상 촉구 결의안 제출, 국정조사권 발동과 농수산장관 해임건의안 발의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한 `올 코트 프레싱' 전략을 편다는게 야권의 구상이다.

민주당을 필두로 한 야3당은 주말동안 쇠고기 개방의 조건이었던 미국의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가 정부 발표보다 후퇴했다는 언론보도에 터잡아 "재협상의 근거가 명백해졌다"며 대국민 여론전에 힘을 쏟았다.

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미국은 최근 관보를 통해 30개월 미만의 소는 도축검사 통과여부와 상관없이 사료로 쓸 수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정부의 기존 발표내용과 다르다"며 "미국이 속였거나 정부가 기본적 점검을 안한 것이며 허위사실이 입법예고된 만큼 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차영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미국이 협상의 전제조건을 위반한 이상 협상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며 "장관고시 연기와 재협상의 근거가 분명해진 만큼 정부는 적극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야3당은 14일 오전 각 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여하는 `6인 연석회의'를 갖고 공동 대응을 본격화해나가기로 했다.

일단 15일 고시발표 전에 3당 공동으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고 장관 고시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위헌심판 청구소송을 제기한다는게 야권 내부의 정리된 입장이다.

이어 정부가 예정대로 고시를 강행하면 곧바로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즉각 제출하고 국정조사 요구 결의안을 발의하는 등 단계적으로 대응수위를 높여나간다는 구상이다.

한 관계자는 "일단 고시발표 때까지 기다리겠지만 고시가 강행되면 좌고우면할 필요없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쇠고기 협상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대화단절 등 정국경색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이대로 가면 야당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야당이 된다"며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으며 경우에 따라 정국경색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쇠고기 협상을 놓고 장외투쟁을 전개하거나 개원협상과 연계할 수도 있음을 시시한 것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