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9일 `준공업지역 내에 공장부지 면적의 30% 이상에 산업시설을 설치할 경우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이번 임시회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준공업지역내 아파트 건립을 대폭 확대 허용하는 문제를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간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그러나 서울시 의회는 "`서울시내 산업시설 입지공간 잠식을 우려하는 서울시의 입장 등을 감안해 대안을 마련한 뒤 6월 20일 개회되는 정례회에서 다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어쨌든 시의회는 지난 3월 '학원 24시간 교습 조례 개정안'을 처리하려다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자 백지화한데 이어, 이번에 특위까지 구성해가며 마련한 준공업지역 내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는 개정안도 보류함에 따라 이미지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 개정안 상정 왜 안했나 = 시의회가 조례 개정안을 9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준공업지역내 아파트 건립을 대폭 확대 허용하려는데 대한 서울시와 시민들의 반대가 예상외로 강했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7일 시의회 준공업지역관리지원 특별위원회가 준공업지역 내 아파트 건립을 확대 허용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의결하자 서울시는 즉각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재의를 요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정안이 준공업지역을 전면 주거단지화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서울 산업기반 자체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며 전례 없이 강하게 시의회를 비판했다.

특히 서울시측에서는 "현행 조례상 아파트 건립이 불가능한 대규모 공장이전부지에 공동주택을 전면 허용함으로써 대규모 토지소유자에게 특혜를 줄 수 있다"며 특혜 의혹까지 제기했다.

여론도 이런 서울시의 입장을 편들자 시의회는 어쩔 수 없이 본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하기 않고 서울시와 의견을 교환하며 개정안을 재검토한 뒤 6월20일부터 열리는 정례회에 상정하기로 한 것이다.

◇ 향후 전망은 = 시의회가 서울시와 여론의 반발에 부딪쳐 이번에 한 발 물러나기는 했지만 준공업지역 내 아파트 건립 허용안을 포기한 것은 아니어서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간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조례 개정 작업을 주도한 시의회 준공업지역관리지원 특별위원회는 "준공업지역이 이미 유명무실해진 이상 열악한 주거환경 등 도시환경을 정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주웅 시의회 의장도 이날 본회의 인사말을 통해 서울시가 기자설명회 등을 통해 시의회를 비판한 점을 의식한 듯 "특별위원회 활동 등 의회의 의정활동을 경시한 처사"라면서 "시는 2006년 8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2년간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시의회가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 제시한 대안마저 언론플레이를 통해 본의를 호도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영등포구, 구로구 등 준공업지역이 지역 전체 면적의 30% 이상인 자치구와 지역 주민들도 "지정된 지 40년이 넘은 준공업지역 규제로 지역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준공업지역에 대한 전면 조사와 선별적 재조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점도 변수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시와 시의회와 계속 협의를 해서 합리적인 안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준공업지역 아파트 건립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데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시의회는 관련 조례 개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서울시와의 조율을 거쳐 `공장이전부지내공동주택 규제'에 관한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례 개정안을 수정한 뒤 본회의에 상정하는 수준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