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

2년 전 한 일간지가 조사한 '정부조직과 단체,기업의 신뢰도 조사'에 의하면 국회는 17개의 조사대상 중 16등을 차지했다.

국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자 비율(26%)은 노조(43%)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35%)보다 낮았고 정당(24%)이 꼴찌를 차지했다.

2006년 한국개발연구원이 행한 10개의 공적ㆍ민간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는 국회가 꼴찌,정당이 9등을 해서 서로 자리바꿈을 했다.

누구나 제가 한 것만큼 대접받게 마련이다.

우선 17대 국회 상임위원회가 의원외교나 정책조사를 위해 지난 4년간 3회 이상 방문한 13개 국가를 보자.케냐 페루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터키 그리스 체코 핀란드 노르웨이 브라질 스웨덴,그리고 한국과 외교관계가 많은 미국과 러시아가 포함된다.

국민이 전액 부담해 1등석 특급호텔로 모시는 국회의원 여행을 이렇게 염치없이 관광지로만 빼돌리는 데 국민이 이들을 믿겠는가?

양정례씨 사건은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를 알려준 사건이다.

5선의원에 여당의 대표최고위원까지 지낸 거물 정객이 아무것도 능력을 보인바 없는 31세 젊은이를 17억원을 기부 받고 '친박연대'라는 정당의 국회의원 1번 후보로 선발해준 것이다.

국회의원이 어떤 자리인가.

법을 만들고 국정을 감시하고 총리 장관에게 호통을 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정치가,대통령처럼 그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직접 수여받는 소위 '1인 헌법기관'이다.

양씨 같은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맡기고 더욱 그들의 얼굴로 내세웠으니 결국 의원 자신의 자화상(自畵像)을 그린 셈이다.

국회가 하는 일을 이 정도 형편없게 여기는 의원들을 우리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민주주의의 심장인 국회의원 자리를 돈으로 거래하는 일은 바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다.

오늘날 행정부나 사법부에서는 최말단 서기보라도 돈으로 직함을 거래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직무는 너무 막중하지만 그들은 어떤 고과(考課)과정도 거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고결한 자리이기에 거대한 권위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런 권위를 돈거래에 이용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라면 사람들이 독재를 선호해도 탓할 수 없다.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와 정치를 문답한 내용은 너무 유명하다.

자공이 정치가 무엇인가를 묻자 공자는 "양식이 넉넉하고(足食) 병력이 넉넉하면(足兵) 백성이 신뢰하는 것(民信之矣)"이라고 답한다.

자공이 "부득이 셋 중 하나를 없애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뺄 것인가" 묻자 "병(兵)을 없애라"고 한다.

"부득이 또 하나를 없애야 한다면 무엇을 뺄까요" 묻자 공자가 말한다.

"식(食)을 없애라,자고로 누구든지 죽게 되지만,백성에게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民無信不立)."

그러나 우리는 말과 행동을 믿을 수 없는 국회의원을 수없이 보아왔다.

당선을 위해 여당 야당을 들락거리고 듣기 민망한 이름의 당을 만들고 말을 수시로 바꾼다.

지금 젊은 아이들은 온갖 황당무계한 광우병 괴담을 생성 전파해 국가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 행태에 대해 어떤 교수는 "언론을 통해 정치인의 '아니면 말고'식의 모습을 본 네티즌이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을 베껴 인터넷 공간에 퍼뜨린다"고 해석했다.

오늘날 국회의원들이 이런 망동과 유언비어에는 입도 뻥끗하지 않고 특별법을 만들라느니 재협상을 하라느니 한ㆍ미 자유무역협정을 막겠다느니 오히려 불 지피는 노릇을 한다.

이렇게 정치에 신(信)이 무너지니 기괴한 언행은 더욱 기승하고 이성(理性)이 마비되는 조롱거리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선 나라라고는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