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팀 =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유가 급등세가 지속됨에 따라 국내 산업계에서도 명암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 항공사들은 유가 급등에 따른 수요 감소 및 수익 악화로 주름살이 깊어지는 반면 건설, 조선사들은 오일 달러에 힘입어 중동 수주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SK에너지는 1.4분기 정제 마진이 워낙 좋지 않은데다 유가마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해 경영 환경이 안개 속이다.

SK에너지는 손익이나 경영목표를 수정할 계획은 없지만 재고원유 활용, 원유도입선 다변화 등으로 원재료비를 덜 계획이다.

방열손실 저감을 위해 보온재를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보일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석탄보일러로 전환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항공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비상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유가를 배럴당 83-85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는데 예상보다 급등하자 신규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긴축 경영을 추진 중이다.

올해 1분기에 3천억원이 넘는 당기 순손실을 기록한 대한항공은 이미 임금 동결로 인건비를 절약하고 불필요한 기내 물품을 싣지 않는 등 경제적인 운항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유가를 85달러로 잡은 아시아나항공 또한 단계적 비상경영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이미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통제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달러당 1천원대에 달하는 환율에다 현재와 같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국내의 일부 적자 노선을 운휴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유가 상승이 생산 및 공급 측면을 비롯해 소비자의 차량 구입에 도 적지않은 영향을 주는 만큼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차량 경량화, 고효율 엔진 개발 등을 통해 연비를 꾸준히 개선하고 하이브리드, 연료전치차 등 대체 차량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준중형급 모델인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양산에 들어가며, 2010년에는 중형 가솔린 및 LPG 하이브리드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유통업계는 유가 상승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지만 올해 1.4분기까지 이어진 매출 호조세가 꺾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준비해놓고 있는데 롯데백화점의 경우 공기순환장치나 냉방용 냉각수 순환장치에 공급되는 전력 조절 장치를 전력량을 조절할 수 있는 설비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내년까지 24개 전 점포에 해당 설비 500여기를 설치하게 되며 이 경우 연간 전력 소비량의 6%(23억원 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롯데백화점은 내다봤다.

또한 날씨가 더워지면서 여름철에 실내 냉방 온도를 다소 높이는 대신 시원한 복장을 입도록 한 '쿨비즈' 캠페인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반면 건설업계는 고유가를 해외 수주 확대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현대건설, 쌍용건설 등 건설사들은 고유가 행진에 힘입어 중동 산유국들이 발주하는 플랜트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카타르 등 중동지역에서 GTL(천연가스를 액화시켜 청정디젤을 생산하는 플랜트)을 비롯한 가스 및 석유화학, 발전 플랜트 수주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GS건설도 올해 초 발표한 '비전 2015 선포식'을 통해 발전.가스 등의 에너지 플랜트사업을 더욱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쌍용건설은 고유가를 사업 다변화의 기회로 삼기 위해 외환위기 이후 부진했던 플랜트 수주를 재개했다.

그동안 플랜트 실적이 미미했던 롯데건설도 올해 해외수주 확대와 동시에 플랜트 분야에 새로 진출하기 위해 최근 전문 인력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선업계는 고유가 국면이 해양플랜트 사업 부문에 새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유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경우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심해유전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업체들은 기존 선박 수주 및 건조 활동 외에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해양플랜트 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원유시추신박인 극지용 드릴십 1척을 9억4천200만 달러에 수주하기도 했다.

이 수주액은 국내 조선업계 사상 최고가로, 크루즈선에 버금가는 높은 액수다.

(서울=연합뉴스)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