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강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임금을 받아 '신(神)이 감춰놓은 직장'으로 입방아에 올랐던 증권유관기관들이 증권ㆍ선물회사로부터 받는 거래 수수료를 20% 내리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증권ㆍ선물회사도 투자자로부터 받던 위탁매매 수수료를 잇따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로선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당연히 반가워해야 할 소식이지만 마냥 달가운 표정은 아니다.

유관기관들이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기반으로 '쉬쉬'하며 방만 경영을 일삼았다가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유관기관들은 수년 전부터 수천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거둬들였다.

증시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덕에 증권선물거래소의 수수료 수입은 2006년 2691억원에서 작년엔 3775억원으로 40%나 불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거래소의 이익잉여금도 1조94억원이나 됐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원 수준에 달한다.

예탁결제원도 작년 말 현재 이익잉여금이 4900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최근 공개한 302개 공기업의 평균 연봉순위에선 직원 1명당 9677만원으로 1위였다.

올해 거래소는 '방만한 예산 집행과 부적절한 업무수행'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자체징계 처분을 받았고,예탁결제원 역시 업무추진비를 과도하게 사용하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결국 투자자들로부터 뗀 돈으로 자신들만의 돈잔치를 벌여왔던 셈이다.

유관기관들이 서비스 대가에 비해 지나친 독점 이윤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증권사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원가개념으로 환산해보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합병 등 구조개혁을 수반하는,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유관기관들이 뒤늦게나마 수수료 수입을 줄여 경영효율화를 꾀하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번 조치만으로는 '신도 모르는 직장'이란 오명을 벗기 힘들어 보인다.

김태완 증권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