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본들의 국내 부동산 투자 대상에 '탈(脫)오피스 바람'이 불고 있다.

외국 자본은 그동안 서울 광화문 일대와 강남의 대형빌딩 등 오피스에 주로 투자해 왔으나 오피스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2011년 이후부터는 오피스가 대량 공급될 것으로 보이는 등 투자 수익성이 불확실해지자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추세다.

최근 오피스 대용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아파트형 공장을 비롯 할인마트 물류센터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우림건설은 최근 싱가포르 최대 부동산 투자회사인 시티디벨로프먼트(CDL)에 경기도 성남의 아파트형 공장 '라이온스밸리' 2ㆍ3차를 1500억원에 매각키로 하고 조인식을 가졌으며 이달에 본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외국계 투자 자본이 국내의 아파트형 공장을 사들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이온스밸리 2ㆍ3차는 우림건설이 자체 시행 및 시공을 맡아 총 400여실 규모로 지어지며 2차는 3월부터 분양에 들어갔다.

CDL은 서울시티타워와 명동 센트럴빌딩 등을 매입해 되파는 등 국내 오피스에 주로 투자해온 기업.자회사인 CDL호텔코리아는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 투자에는 다른 외국 자본도 기웃거리고 있다.

또 다른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회사인 아센다스도 우림건설과 아파트형 공장 공동사업을 협의 중이다.

우림건설 관계자는 "외국 투자회사들이 아파트형 공장의 수익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라이온스밸리의 경우 CDL에서 100% 매각을 요구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할인마트도 외국 자본의 새로운 타깃이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할인마트 지점이 늘어나면서 임대수요가 많아지고 있고 대부분 시내 요지에 위치해 향후 시세 차익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ING KPI는 지난 2월 롯데쇼핑으로부터 롯데마트 제주점과 인천 학동점,대전 대덕점 등 3개 지점(총 연면적 14만350㎡)의 건물과 관련 부지를 매입했다.

ING KPI는 네덜란드계 부동산 투자회사인 ING 리얼에스테이트를 중심으로 ING생명 삼성생명 네덜란드연기금 등 국내외 투자사들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는 롯데마트에 14년 동안 이들 지점을 임대해 임대수입을 올릴 계획이다.

ING KPI 관계자는 "한국에서 할인마트는 성장 추세에 있어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적으로 할인마트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류센터는 외국 자본의 주요 투자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 1위 물류기업인 미국의 프로로지스는 10억달러를 투자해 경기도 부천과 안성,경남 밀양,전북 군산,부산 신항만 등지의 토지를 매입해 물류센터를 세우기로 하고 지난달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회사는 이에 앞서 3월 충북 충주에 5억달러를 투자해 물류센터를 짓기로 하고 충북도 및 충주시와 MOU를 맺었다.

또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인 AMB는 올해 1억달러 이상을 한국 물류센터 부지 매입에 투자할 계획이다.

싱가포르 부동산 회사인 메이플트리 역시 경기도 이천에 있는 물류센터 매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투자자문업체 교보리얼코 관계자는 "2011년부터 여의도 72층 빌딩 '파크원' 등 초고층 오피스가 잇따라 완공될 예정이어서 오피스 투자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며 "외국 자본의 투자가 더욱 다양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