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가운데 일부가 사랑하거나 반려자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료보험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기 위해 결혼을 택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9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카이저가족재단이 지난 3일부터 13일까지 성인 2천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본인이나 가족 가운데 배우자를 통한 의료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결혼한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가 그렇다고 답했다.

결혼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의료보험을 꼽은 응답자들의 60%가 연간 가계 수입이 5만 달러 수준이었고 18~34세가 40%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여러 경제 상황 가운데 우려하는 순위로 고유가(44%)와 직장 및 승진(29%)에 이어 의료보험(28%)을 꼽을 정도로 의료보험의 심각성이 대두됐다.

현재 미국에서 의료보험 인상률은 경제성장률의 약 2배나 되고, 고용주 입장에서 직원 개인용으로 평균 4천500 달러, 가족까지 혜택을 주는 의료보험비로 평균 1만2천 달러를 부담하지만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파트너에 대해서는 의료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또 응답자의 약 4분의 1은 지난해 직장을 지키거나 옮기는 문제를 결정할 때 의료보험을 감안했다고 답하는 현실에서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드류 알트먼 재단 이사장은 "의료보험 때문에 결혼한다는 응답은 작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보험료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문제가 가정의 살림 뿐 아니라 인생을 결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조사를 담당한 몰리언 브로디씨는 "(의료보험 때문에 결혼하는)그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결혼하는 데 있어서 의료보험이 하나의 사유가 된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