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해외출점 안해..당분간 중국사업 전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경영에 모범으로 삼고 싶은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영국계 대형마트 체인인 '테스코(TESCO)'를 첫손에 꼽았다.

그는 29일 중국 이마트 11번째 점포인 상하이 차오안(曺安)점 개점 기자간담회에서 테스코와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업체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가장 테스코다운 매장을 만들고 싶다"며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정 부회장은 "유통업체의 업무가 상품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라면 테스코는 이러한 유통기업 본연의 기능에 가장 충실한 기업"이라며 "상품개발력이 탁월하고 타 업체와의 차별화 측면에서도 확연히 앞서가고 있다"며 극찬했다.

그는 이어 "대형마트와 도심형 점포 등 업태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영국에서는 조금만 거리를 걷다보면 어디서든 테스코를 만날 수 있고 매장도 항상 밝고 깨끗하더라"며 "반면 까르푸는 유통업체로서의 업무에 집중하기보다는 시장을 뒤흔들고 휘어잡으려고 한다"고 비교했다.

중국 이마트 진출 10년간 성과에 대해서는 "창피하다"고 말할 정도로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 부회장은 "작년이 중국 진출 10주년이었는데 창피해서 기념행사도 안했다"며 "1997년 1호점을 낸 뒤 외환위기 때문에 2004년에야 2호점을 열고 출점 속도를 높이려 했지만 이미 외국기업들이 좋은 위치를 선점한 상태였고 상품력이나 조직력, 마케팅 역량도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는 본격적으로 점포망 확대에 나서 2012년에는 70호점, 2014년이면 100호점까지 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백화점 해외진출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내 유통업계의 최대 경쟁업체인 롯데쇼핑과 완전히 상반된 전략이다.

정 부회장은 "한국에서 백화점은 일종의 부동산업으로 부지와 고객이 가장 큰 자산인데 만약 신세계가 이같은 자산 없이 중국에 진출한다면 백전백패 할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인수ㆍ합병이나 다른 해외시장 개척에 대해서도 롯데와 정반대의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M&A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아직은 타 조직의 문화를 수용할 만큼 인력ㆍ조직적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본다"며 "해외사업 역시 연말에 베트남과 타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둘러볼 계획이긴 하지만 당분간 중국시장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부회장은 결혼에 대한 생각이나 음악이나 와인 취향 등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지금은 굳이 결혼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차선책이나마 부모님과 다른 가족의 도움으로 나름대로 가정을 잘 꾸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결혼을 한다고 최선의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어 "첫째인 아들과 함께 첼로를 배우다 아들이 워낙 잘해서 요즘은 첼로 대신 피아노에 주력하고 있다"며 "초등학교 3-4학년이면 치는 체르니연습곡집 30번 수준인데 경영활동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푸는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 포므롤과 생떼밀리옹 와인을 즐기며 여전히 닭가슴살, 단백질 보충제 등을 이용한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몸 관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