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내고 남는 돈 '유익한 일'에

삼성은 22일 내놓은 경영쇄신책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재산을 모두 실명 전환한 뒤 조세 포탈과 관련된 자금은 '유익한 일'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유익한 일'이 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자금 규모와 사용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검수사 발표에 따르면 이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갖고 있는 재산의 총 규모는 4조5000억원가량이다.

이 가운데 2조원 정도의 차명계좌 재산이 주식 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세 등을 납부하지 않은 자금이라고 특검은 밝혔다.

이학수 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은 이와 관련,"이 회장이 특검에서 조세 포탈 문제가 제기된 차명계좌 재산은 세금과 벌금을 낸 뒤 남은 금액을 유익한 곳에 쓰는 방안을 찾아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조세 포탈 문제가 불거진 자금과 그렇지 않은 자금을 구분한 뒤 문제가 있는 자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납부한 후 나머지 금액은 개인이나 가족 등 사적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얘기다.

삼성 측은 세금과 벌금 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사회를 위해 유익한 곳에 쓸 수 있는 자금의 규모가 약 2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세금 탈루와 무관한 삼성생명 차명 지분 16%(2조3000억원)를 제외한 금액으로 이 지분은 전ㆍ현직 삼성 임원 350명이 차명으로 보유 중이다.

그러나 실제 '유익한 일'에 쓰일 수 있는 재산이 얼마나 될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납부해야 할 세금과 벌금 규모 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과세당국도 연도별 세금 계산을 따로 한 후 조세 포탈에 따른 가산세를 더해야 하는 등 계산이 복잡하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선 '유익한 일'에 쓰일 금액이 1조7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삼성은 이날 '유익한 일'이 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이 자금의 사용 방식을 "사적인 용도로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자"는 이 회장의 취지에 맞게 시간을 갖고 준비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사회공헌 형태로 헌납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금으로선 이 돈이 이 회장의 개인 재산이지만 이 회장과 가족이 쓰지 않는다는 점만 확실히 정해졌을 뿐 어떻게 사용할지는 차분히 생각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이 자금은 2005년 X파일 파문 이후 사재 등 8000억원을 장학재단 등에 출연한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다소 성급해 보이지만 삼성 각 계열사 주주나 협력사 임직원 등을 위한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