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화를 하라니 하긴 해야겠는데 교과부에서 언제 또 불호령이 떨어질지 몰라 불안합니다.

"(한 시교육청 관계자)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5일 내놓은 '학교 자율화 3단계 추진방안'을 두고 각 지방교육청들의 '눈치작전'이 극심하다.

교과부는 각 시ㆍ도교육청에 권한을 돌려주겠다며 수준별 이동수업과 수업시간 편성에 관한 지침,촌지금지 지침,사설모의고사금지 지침 등 29개 지침을 즉각 폐기했다.

이에 대해 각 시ㆍ도교육청은 일단 환영하면서도 찜찜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하라고는 했는데,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정말 마음대로 하다가 교과부가 어느날 갑자기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며 고삐를 잡아챌지 몰라 불안한 것이다.

실제 언론이 우열반 편성,0교시 수업이 가능해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16개 시ㆍ도 교육청은 17일 시ㆍ도부교육감협의회를 열어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은 억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선출직인 시ㆍ도교육감과 달리 부교육감은 교과부 공무원들로 구성돼 있다.

"교과부가 겉으로만 자율성을 얘기하고 실질적으로는 부교육감 등을 통해 간접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각 시ㆍ도교육청의 재정 대부분이 교과부에서 나오는 것도 '자율'을 마음껏 누리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 올해 교과부가 각 시ㆍ도교육청에 지원하는 예산(교부금)은 총 29조5670억원으로 전체 시ㆍ도교육청 예산의 78%를 차지한다.

교부금 비중이 예산의 90%를 넘는 곳도 충북ㆍ전북ㆍ전남 등 3곳이나 된다.

만약 교과부 입맛에 맞지 않는 '앞서나간' 자율화 방안을 내놓았다가는 사업 재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시ㆍ도교육청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맏형님'인 서울시교육청이 구체적인 자율화 방안을 내놓기만 기다리는 중이다.

서울시교육청도 먼저 총대를 메기가 부담스러운지 자율화 방안 발표일자를 18일에서 23일로,다시 24일로 자꾸만 늦추고 있다.

학교 자율화도 좋지만 교과부도,시ㆍ도교육청도 모두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