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회사인 블랙록은 16일 미국 증시가 금융당국의 시장 친화적인 정책에 힘입어 당분간 바닥을 다진 뒤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블랙록의 밥 돌 부회장 겸 글로벌 주식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진단했다.

그는 미국 증시를 낙관하는 근거로 △투자심리의 과도한 하락 △빠른 통화 완화정책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세금환급) △바닥권에 도달한 기업실적 △달러화 약세에 따른 수출 호조 △비금융 업종의 견조한 현금흐름 △정점에 도달한 금융기관의 위기 △신용시장의 뚜렷한 개선 △신고가.

신저가 종목 비율과 거래량 등 기술적인 지표 개선 △매력적인 가치 수준 등 10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인베스터스인텔리전스 지수와 콘퍼런스보드 지수로 판단해 볼 때 현재 투자자들의 심리는 과도하게 비관적"이라며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극도의 비관은 시장의 바닥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 완화정책은 통상적인 수준보다 빠른 조치"라며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시장 하락기에 통화 관련 정책은 고용 감소 이후에 발표됐으나 이번은 다르며 재할인 창구와 공개와 담보 확대는 현재의 전반적인 통화 완화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인 세금환급은 소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기업 실적 감소는 올 2.4분기까지 지속될 것이고, 달러화 약세는 수출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부동산 시장 하락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밖에도 "지난달 17일 베어스턴스의 매각을 정점으로 주요 금융기관의 몰락과 같은 중대한 위기는 지난 것으로 보이며 이를 계기로 신용시장 상황도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시장의 가치평가 수준은 매우 매력적"이라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대비 주식의 기대 수익률은 30년래 가장 높은 수준인 반면 평균 주가이익률(PER)은 시장 침체기의 바닥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베어스턴스 몰락 이후 시장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단기 급상승을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며 "지난 1년 간 투자자들의 신뢰가 매우 큰 타격을 입은 데다 금융당국의 시장 친화적인 정책과 노력이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시장 상황 하에서 주식은 당분간 바닥을 다지는 시기를 거칠 것으로 보이지만 대기자금들은 결국 위험자산(주식)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며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의 중간 단계)과 유동성이 시장의 공포와 신용 관련 우려를 이겨내면서 연말까지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메릴린치의 관계사인 블랙록은 자산관리, 리스크관리,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작년 말 현재 1조3천600만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달 초 금융위원회로부터 국내 자산운용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