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흡연을 '건강의 적(敵)'이라고 말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흡연인구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반면 비만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연과 달리 체중 조절은 '살을 빼겠다'는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만을 고혈압처럼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칭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무조건 먹는 양을 줄이면 살을 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물론 비만의 원인을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아서'라고 규정한다면 해법은 단순해진다.

덜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10년 전에 비해 식사량이 그렇게 늘지 않았는데도 비만인구가 20%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실제 '거미 인간'으로 불리는 저근육형 복부비만자들이 뱃살을 빼겠다고 식사량을 극단적으로 줄일 경우 근육 단백질의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무리한 '살 빼기'에 들어갈 경우 몸의 생리적 작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비만인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많이 먹기 때문이 아니다.

살이 찌는 '진짜 이유'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려는 몸 안의 조절기능이 깨지면서 '세트 포인트'로 불리는 체중 조절점이 상향 조정된 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체중을 줄이려면 세트 포인트를 올려놓은 원인을 찾아 이를 원래 수준으로 낮추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요요 현상' 없이 비만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배고픈 다이어트'는 100% 실패한다.

다이어트는 힘들이지 않고 우아하게 해야 성공한다.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을 때 '리셋(reset) 버튼'을 눌러 해결하듯이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긴 내 몸의 세트 포인트를 리셋해보자.




덜 먹고 많이 운동한다고 비만 모두 해결되진 않아

#1 첫번째 '리셋 포인트'는 잘못된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지 않은 채 어떻게 장거리 여행을 떠나겠는가.

휘발유 차량에 경유를 넣고서 엔진에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내 몸도 마찬가지다.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설탕과 트랜스지방으로 범벅이 된 인스턴트 식품을 먹으면 당연히 내 몸의 신진대사에 이상이 생긴다.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간 음식을 제 때 먹는 것만큼 다이어트에 중요한 것은 없다.

특히 식이섬유 단백질 오메가-3 지방산 등은 살 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식이섬유는 채소 해조류 버섯 등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며,콩 두부 생선 해산물 계란흰자 닭가슴살 등은 저포화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분류된다.

아마씨 호박씨 호두 잣 올리브유 카놀라유 아마씨유 등은 '유익한 지방'이어서 다이어트에 보탬이 된다.

#2 두 번째 바꿀 점은 '수면의 질'이다.

깊고 편안한 수면을 취해야 내 몸은 리셋된다.

손상된 세포를 재생하는 일은 주로 잠 잘 때 이뤄진다.

때문에 수면시간이 부족하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질 경우 손상된 세포를 완벽하게 재생시킬 수 없게 된다.

실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람은 잘 자는 사람보다 음식을 15%가량 더 먹고 피로를 자주 느낀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키가 비슷할 경우 매일 7~8시간 자는 사람들의 몸무게가 6시간 미만으로 자는 사람에 비해 적다는 보고도 있다.

일정한 시간에 충분히 자는 것은 체내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요소다.


골고루 먹고 잘자고 금연…체중조절 기능 회복해야

#3 세 번째는 내 몸을 해치는 유해물질을 피하는 것이다.

면역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담배는 금물이다.

이럴 때 담배를 피울 경우 암에 걸릴 가능성은 '로또복권 1등 당첨 확률'에서 '5등 당첨 확률'로 바뀐다.

따라서 면역기능이 떨어질 수 있는 리셋 기간에는 술 담배는 물론 설탕 액상과당 트랜스지방 커피 등도 끊어야 한다.

담배와 커피는 일시적으로 처진 몸 상태를 좋아진 것처럼 보이게 만들지만 장기적으로는 몸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원흉이 된다.

#4 네 번째는 만성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식욕 수면 우울감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가짜 배고픔'을 일으키곤 한다.

세트포인트를 올려놓는 원인이 된다는 얘기다.

마지막은 신체 활동량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특히 '거미인간'들은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근육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근육량이 1kg 늘어나면 기초대사량은 150칼로리 증가한다.

평소보다 밥 반 공기를 더 먹어도 체중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반대로 식사량을 무리하게 줄여 근육량이 1kg 줄어들면 평소보다 밥 반공기를 덜 먹어야 체중이 유지된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

기나긴 겨울을 이겨내고 새싹을 틔우는 나무들처럼 내 몸도 리셋해보자.

/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