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집중 순방..'친박 열풍 일조' 지적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구 칩거'가 9일 사실상 끝났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달 2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강하게 비판한 뒤 이튿날인 24일 총선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으로 낙향해 투표일 하루전인 8일까지 군내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을 꼼꼼하게 도는 '집중 순방'을 계속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번 행보가 유권자와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취지라고 설명했으나 친박(親朴)계 후보들이 잇따라 현장을 찾으면서 결과적으로 순방이 '친박 열풍'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칩거 기간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자신의 24평형 아파트에 머물며 군내 9개 읍.면을 모두 돌았다.

특히 면적이 넓고 인구가 많은 화원읍.다사읍.현풍면 등 3곳을 재차 방문했고 미처 못 가본 지역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달성군의 한 면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총선 때는 박 전 대표가 전국 지원 유세 때문에 너무 바빠 지역에서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정반대라 놀랐다"고 말했다.

달성군이 대부분 농촌 지역으로 노년층이 많아 순방 일정은 읍.면 사무소와 경로당. 마을회관. 농협 등을 찾는 것이 주종을 이뤘다.

박 전 대표는 유세도중 측근 4∼5명과 경호팀 등 소수의 인원만 데리고 다녔으며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지지를 당부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이는데 중점을 뒀다.

유세 이외의 일정은 최대한 자제했다.

박 전 대표가 대구에 온 뒤 지역구를 비운 것은 단 3번.
이 중 지난 달 25일 후보 등록을 한 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미 생가를 방문한 것과 피살된 생가보존회장을 조문하기위해 다시 구미를 찾은 것을 빼면 박 전 대표 본인이 '정치적 선택'에 따라 움직인 경우는 지난 4일 측근인 강창희 후보의 대전 사무실을 '깜짝' 방문한 것이 전부다.

유세 현장엔 '박근혜 마케팅'을 노린 친박계 후보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친박 무소속 연대와 친박연대 후보들은 지난 달 25일 박 전 대통령 구미 생가 방문 자리에 동참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각자 현장을 찾아 인사를 하며 박 전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특히 이해봉 후보(대구 달서을)는 지난 1일 화원 시장 순방 때 자신의 기호가 적힌 어깨띠를 두른 채 약 30분을 동행했고, 자유선진당의 곽성문 후보(대구 중.남구)는 3일 박 전 대표의 손을 잡고 '살아남기(당선되기)가 힘들다'며 눈시울을 붉힌 뒤 이 장면을 찍은 사진을 자신의 홍보 플래카드에 넣었다.

박 전 대표는 후보들에게 개인적 인사 외에 다른 말은 건네지 않았고 4일 친박 무소속 후보 5명이 달성군 하빈면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우리 쪽으로 손을 흔들어 달라"고 요청하자 "왜 내가 그 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야 하느냐"며 어색한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같은 방문과 관련해 "사전 연락 없이 갑자기 찾아오면 현실적으로 막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 캠프의 한 관계자는 "당에서 아무런 역할도 맡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지역구를 챙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결과 아니겠느냐"며 "친박열풍을 도왔다는 지적은 그럴 의도나 계획이 전혀 없었던 만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구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