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전망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미 FTA 비준에 앞서 반드시 처리돼야 할 미.콜롬비아 FTA 비준을 놓고 미 행정부와 의회 간 대치가 극한을 치닫고 있어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7일 민주당이 다수인 의회의 반대 기류 속에 미.콜롬비아 FTA 비준동의안(이행처리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지도자들은 법안 제출이 부시 대통령의 과오가 될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미 행정부와 의회가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FTA 전반에 대한 미국 내 분위기가 악화돼 한.미 FTA 비준안의 연내 처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미 행정부 의회 대립 격화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한 것은 '배수의 진' 성격이 짙다.

미국은 FTA 비준 문제를 행정부와 의회가 충분히 협의한 뒤 비준안이 제출되면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행정부와 의회 간 협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부시 대통령이 정면돌파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미.콜롬비아 FTA 처리를 무역조정지원법(TAA) 개정안 등 무역관련 법안 처리와 연계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실업수당 증대,학생건강보험 확대,서브프라임모기지 피해자 구제책까지 행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FTA 비준안 제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민주당 다수의 의회가 비준안을 호락호락 처리해줄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부시 대통령이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한 것은 과오"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뿐만 아니라 대선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까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미 FTA 비준 어려워지나

우리 정부는 미국 내 상황이 현재로선 호재도 악재도 아니라며 일단 사태를 관망하자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미.콜롬비아 FTA에 대한 결론이 빨리 나면 날수록 한.미 FTA 비준에 대한 논의가 더 일찍 시작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 행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데 반대해온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서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한.미 FTA 비준에 대한 논의가 미국 내에서 본격화돼 5~6월엔 비준동의안이 제출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한국 국회의 비준 일정이 구체화되면 미 의회는 하계 휴가에 들어가는 8월2일 이전에 비준안을 처리할 수도 있다.

문제는 미.콜롬비아 FTA 처리가 무산되고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FTA에 대한 재검토 논의가 이슈로 부상할 경우다.

만약 미 행정부와 의회가 미.콜롬비아 FTA 처리를 둘러싸고 원만한 합의를 보지 못하고 강경 대치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콜롬비아에 이어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하는 한.미 FTA 비준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당장 이달 중순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한.미 FTA 처리에 협조를 구하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은 큰 효과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류시훈/김유미 기자 bada@hankyung.com